'히트곡 부자' 헤이즈에게 댄스곡 '빙글빙글'의 의미[EN:터뷰]
댄스곡 수요 없다는 것 깨달아, 아버지는 제일 좋아하셔
곡이 잘 될지 여부는 쓰면서도 예상 잘 못 하는 편
올해 10주년, 늘 새로워하고 고민하는 이유
'비도 오고 그래서'(Feat. 신용재) '헤픈 우연' '앤드 줄라이'(And July)(Feat. 딘, DJ Friz) '돌아오지마'(Feat. 용준형 Of 비스트) '널 너무 모르고' '저 별' '젠가'(Jenga)(Feat. 개코)… 특유의 음색이 돋보이는 싱어송라이터 헤이즈는 대표적인 음원 강자이자 히트곡 부자로 꼽힌다. 힙합, 알앤비(R&B), 발라드 장르를 중점적으로 들려주던 그는 지난해 4월 데뷔 후 처음으로 '빙글빙글'이라는 댄스곡을 냈다. 그의 '첫 댄스곡'에 사람들은 꽤나 놀랐고 호불호도 상당히 갈렸다.
이미 자기만의 색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하지 않았던 것'을 새로 시도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터.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11개월 만에 나온 아홉 번째 미니앨범 '폴린'(FALLIN')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로 취재진을 만난 헤이즈는 '노래가 비슷하다'라는 반응을 듣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빙글빙글'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헤이즈는 "노래가 항상 너무 비슷하다는 피드백을 마음에 담아두고 내가 변화가 필요한 것 같은데 스스로 사람들이 느낄 정도로 변하기에는 좀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서 곡을 받아서 시도하게 됐다"라며 "그 곡('빙글빙글') 피드백을 보면서는 '아, 사람들이 생각보다 나에게 원하는 게 명확히 있었구나!' 알았다. 그 곡을 계기로 좀 더 나다울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돼 되게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빙글빙글'은 더블랙레이블 소속 프로듀서 쿠시, 비비안, 알티가 프로듀싱에 참여한 댄스곡이다. 헤이즈는 "그 곡 데모(임시 곡) 들었을 때 정말 노래가 너무 좋았다. 여전히 저는 작곡가분들께 좀 죄송한 마음이 있고, 다른 가수가 불렀다면 잘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라고 미안함을 표했다.
예상 밖으로 '화들짝 놀란 '대중의 반응을 마주했지만, '빙글빙글'은 헤이즈에게 "그럼에도 너무 의미 있는 곡"이었다고. 그는 "그렇게까지 장문으로 저에 대한 진심 어린 피드백을 받을 기회는 없었다. 정말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너무 많이 받았다. 라디오 할 때도 손 편지 받았고, 오픈 스튜디오를 하니까 팬들이 와서 겉으로 티는 안 내지만 얘기를 해 주셨는데 너무 감사했다. 그렇게까지 제 음악에 진심이었구나 하는 걸 깨달았고"라고 부연했다.
이 노래가 남다른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헤이즈 아버지의 '최애 곡'이기 때문이다. 헤이즈는 "저희 아버지가 진짜 좋아해 주시고 컬러링으로 해 두고, '아빠는 빙글빙글이 너무 좋다'라고 항상 말씀해 주신다. 그 곡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 헬스클럽이나 에어로빅하는 곳에서도 나오더라. 제 노래 중 신나는 곡, 부모님 세대가 듣기 좋은 음악이 탄생했다는 의미가 있다"라고 전했다.
가수 헤이즈의 '도전'과 '변화'는 앞으로도 현재진행형일 예정이다. 그는 "제가 잘못 짚었다고 생각하고 저는 모든 의견을 다 겸허히 감사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분들이 말하는 변화와 도전이 그게('빙글빙글')이 아니었을 수도 있구나 생각하게 됐다. 그런 고민을 그때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하는 게 제 당연한 의무이자 본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원하셔서 냈어요!' 하는 생각은 아예 안 했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앞으로 댄스곡을 다시 한번 기대하기는 어려운 걸까. "정말 미래의 일을 장담할 순 없지만"이라고 크게 웃은 헤이즈는 "댄스곡은 수요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원하시는 것 위주로, 조금씩 사운드나 소재라든가 이런 변화를 주면서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이어 "장르적으로 지금보다 조금 더 업템포이지만 춤까지는 출 수 없는 그런 느낌이어야 되지 않나"라며 "힙합 장르가 될 수도 있고, 기다리고 있는 곡 중에 예전 '앤드 줄라이'라든가 '언프리티 랩스타' 때 감성이 있다는 걸 안다. 그때로부터 거의 10년이 지났고 사람들도 변하고 저도 변했으니까 똑같이는 못 하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감성을 어떤 식으로 소화하고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할 거 같다. 이 앨범을 내고 나서는 거기에 집중을 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여러 곡을 성공시킨 입장에서, 어떤 곡을 쓸 때 '잘될 것 같다' 하는 감이 오는지 질문이 나오자 헤이즈는 "하…"하고 잠시 한숨을 쉰 후 "저는 정말 항상 몰랐다. '비도 오고 그래서'라는 노래도 처음 모니터링할 때는 타이틀곡으로는 아예 탈락했던 곡이다. 앨범 나오고 나서 비가 오는 첫날 이걸 공개하자는 마케팅을 하긴 했는데… 그런데 제가 그 노래를 너무 좋아했던 거라면 (히트 여부를) 알고 있었던 건가 싶기도 하고 음, 너무 어렵다"라고 전했다.
헤이즈는 "항상 알 수 없는 거 같다. 왜냐면은 그때그때 사람들과 내가 맞아 떨어지는 코드가 분명히 있는 거라고 생각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알 수 없지 않을까. 그럼에도 나는 계속 좋다고 생각하고 내야 하지 않을까, 최선을 다해서! 왜냐하면 그거(인기 여부)를 또 항상 혼자 계산한다고 되는 건 아니니까. 그게 항상 저한테 배어있는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오래 사랑받는 곡이 많은 것을 두고는 "뭔가 너무 감사하면서도 이 정도로 사람들에게 각인될 곡을 또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저만의 어떤 걱정이 늘 있긴 하다. 그래도 그때 이런 곡들을 만들어놔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당시에도 사람들과 저, 날씨와 시대적인 배경이 잘 맞아떨어져서 사랑받았던 것처럼 또 언제 그런 곡이 생길지 모르니까 항상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곡을 쓴다"라며 "그 곡들에 대해선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는 헤이즈의 데뷔 10주년이다. 소감을 묻자, 헤이즈는 "벌써 10주년이 됐다. 전 되게 겁도 많고 서투른 저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마음속으로 채찍질도 하고 그랬던 거 같은데 지금 돌아보면 그 서툴렀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점점 나아질 수 있었단 생각이 들고 그 시간에 저에게 고맙기도 하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헤이즈라는 가수의 음악을 궁금해해 주시고 들어주신 그분들께 진심으로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같이 걸어와 준 동료분들, 스태프분들께도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을 최근에 엄청 많이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데뷔 때 상상했던 모습과 현재의 자신은 얼마나 닮아있을까. "제가 상상할 수 없었던 만큼 잘 된 거 같다"라고 돌아본 헤이즈는 "노래를 쓰는 게 좋았고 그걸 그냥 혼자 방안에서 녹음해서 듣는 게 재밌었던 사람이었는데 막연히 가수가 돼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던 시기다. 너무 좋은 기회로 '언프리티 랩스타'에 나가게 됐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흘러온 거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상상할 수 없었던 길"이었기에 "늘 계속 새롭고 늘 계속 고민하게 되는 거 같다"라는 헤이즈는 "사람들 앞에 서서 계속 무대를 하고 스포트라이트 받는 거에 대해서 그때까지는 정말 깊게 생각을 못 했던 거 같다.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였으니까"라고 덧붙였다.
10년 동안 음악 스타일도 조금은 달라졌다. 초반이 '힙합 알앤비'였다면 지금은 '알앤비 발라드'에 가까워졌다. "가사의 결에 따라서 좀 달라지는 거 같은데 지금 돌아보면 (예전엔) 좀 화도 있었다"라고 웃은 헤이즈는 "시간 지나면서 어떤 저의 결이 정리되고 저라는 사람이 뭔가 좀 더 차분해지고 정적이게 된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 흐름이 노래에) 자연스럽게 반영되고, 그게 또 저의 취향이 되는 게 아닌가"라고 바라봤다.
앨범을 내는 간격이 늘어나는 것을 두고는 "'아, 이 정도면 충분한가' 하는 고민의 시간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 이번 앨범('폴린') 같은 경우는 덜어낸 곡들도 있고, 발매 시기에 맞춰서 다듬어야 하는 과정도 있고 생각하는 것도 많아지고 복잡해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계속 길어지는 거 같다"라며 "더 내가 건드려서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이런 욕심인데 사실 그 정답은 없는 거다. 마지막 순간에는 탁 잘라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올해 11월에 앨범을 냈으니 다음 앨범도 가을~겨울쯤일지 질문하자, 헤이즈는 "조금 더 빨리 내야 하지 않을까"라며 "계절에 어울리는 분위기의 곡을 담다 보니까… 좀 겹치는 느낌이 없으려면, 조금 더 추워지기 전? 한 7~8개월 남은 거 같은데 최선을 다해봐야겠다"라고 답했다. 이어 "저는 앨범 꾸준히 내왔던 이유가 많은 활동해 온 사람이 아니라서다. 저를 기다리는 팬분들은 앨범밖에 없어서다. 너무 늦어지지 않게 노력할 거 같다"라고 전했다.
다음 10년은 어떨까. 헤이즈는 "상상이 정말 잘 안 간다. 그때도 음악을 들려드리고 있는 모습이고 싶다. 그리고 음… 건강하게 잘하고 있고 싶다"라고 웃었다. 평소에도 먼 미래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그때그때 생각하며 사는 타입이라는 헤이즈의 바람은 단순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지금처럼 이렇게 음악을 들려드리고 있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가장 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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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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