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애먹는 고팍스…VASP 갱신도 난항

김가은 2024. 11. 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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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업계 지각변동③]
금융당국선 최대주주 '바이낸스' 지분 매각하라 요구
'대주주 적격성' 불투명에 메가존과 고팍스 매각 협상 부진
지분 협상 전 고파이 채무 변제도 해결해야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가상자산사업자(VASP) 자격변경 신고 서류 제출을 완료한 국내 5위 원화거래소 고팍스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금융당국이 대주주 지분율을 문제삼고 있는 가운데 이를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고파이’ 채권단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서다. 고팍스가 운용했던 고파이는 투자자들에게 가상자산을 예치받아 운용하고 약속한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인데 고팍스는 아직 투자자들에게 가상자산을 돌려주지 못했다.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는 지난달 24일 VASP 자격변경 신고 관련 서류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제출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현재 고팍스의 대주주인 바이낸스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신고 수리 조건을 제시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조건에 맞추기 위해선 바이낸스는 고팍스 지분율 67.5%의 상당 부분을 매각해야 하지만 고팍스는 이러한 기준을 못 맞춘 채 일단 서류 제출 마감기한에 맞춰 서류부터 제출한 상황이다.

고팍스는 작년 3월 이준행 전 대표 지분(39.4%)을 포함해 공동설립자 지분을 인수한 바이낸스로 최대주주를 변경하는 사업자변경신고서를 냈지만 1년 반이 넘도록 금융당국은 최대주부 변경 승인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바이낸스 창업자인 자오창펑이 지난 5월 미국 법원에서 자금세탁 방조 등 혐의로 4개월간 수감생활을 한 점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이란, 러시아 등 미국의 제재 대상인 국가들이 바이낸스를 통해 자금을 세탁한 행위를 방조했다는 혐의로 징역을 선고 받았는데, 국내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예후’가 있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바이낸스는 국내 클라우드서비스관리(MSP) 업체 메가존과 고팍스 지분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메가존은 지난 7월 투자확인서(LOC)까지 작성했다. 매각 대상은 바이낸스 보유량 중 10%를 제외한 57.46%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가상자산 사업자의 대주주 적격성을 인정받아야 신고수리를 할 수 있다는 요건은 없다”며 “사업자 자격을 유지해 영속성을 가져가려는 거래소 입장에서는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분매각을 위해선 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가 있다. 고팍스의 고파이 채무다. 고파이는 고팍스 회원들이 보유한 가상자산을 고팍스에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 금융상품이었으나, 약 2년 전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하며 출금 정지를 당해 이용자들의 원금과 이자가 지급되지 못했다.

바이낸스는 고파이 피해금액으로 추산되는 700억원 중 지난해 2차 상환까지 400억원 가량을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고팍스가 확정한 상환 규모는 500억원이다. 400억원을 상환했지만 그 사이 가상자산 시세변동에 따라 금액이 늘어난 상황이다. 고팍스는 미국 법원이 제네시스캐피탈에 대한 채권 가치를 최대 500억원으로 인정한 이후 해당 금액을 피해 회원들에게 지급하는 고파이 합의 계약 동의 요청서를 지난 9월 채권단에게 전달했다. 고파이 예치 잔액을 지난해 1월20일 기준 시세인 비트코인 2806만8000원, 이더리움 205만6000원을 기준으로 상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채권단에서는 고팍스의 제안을 거절했다. 과거 기준이 아닌 현재 시세로 고파이 채무를 상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심사 기간 동안 고파이 채권단과의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할 경우 금융당국에서 VASP 갱신신고를 수리해주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악의 경우 영업종료도 가능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고팍스 관계자는 “미국 법원에서 확정한 금액이 시장가를 따로 반영하지는 않는다”며 “일부라도 변제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 최대한 해결하려고 했으나 조율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가은 (7rsilv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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