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국내에 이런 홀이 있었어?”
국내에도 해외 못지않은 아름다운 풍광을 품은 파3 홀들이 꽤 있다. 해안에 위치한 코스가 늘고 현대적 조형미가 강조된 영향이 크다. 산악에 코스를 조성하더라도 거대한 연못이나 폭포 등을 활용해 극적인 요소를 가미한다. 기량 테스트의 목적으로 사용되던 벙커도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위압감을 동시에 준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편집팀이 국내 500곳이 넘는 코스 중에서 이색적인 모습으로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파3 홀 10곳을 엄선했다. 설계자들의 의도와 디자인 배경도 담았다. 홀을 알고 치면 골프는 더욱 재밌다.
바다 건너 치는 짜릿함, 여기가 최고!
국내 파3 홀을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홀이 전남 해남 파인비치의 비치 코스 6번이다. 2010년 문을 연 파인비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시사이드 코스로 유명하다.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리아스식 해안의 굴곡을 그대로 살린 비치 코스는 인공적 요소를 최소화한 조경 설계가 돋보인다.
특히 6번 홀은 기암절벽이 솟은 바다를 가로질러 티샷을 날려야 하는 드라마틱한 곳이다. 블루 티잉 구역 기준으로 189m이기 때문에 거리 부담이 만만치 않다. 티잉 구역에 올라서면 경이로운 풍경에 압도당하지만 그린에 볼을 올렸을 때의 짜릿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티샷은 그린 좌측 두 번째 벙커 방향으로 보내는 게 가장 안전하다. 그린에 볼을 올렸더라도 안심해선 안 된다. 2단 그린이어서 자칫하면 3퍼트를 범하기 때문이다.
파인비치와 자주 비교되는 곳이 경남 남해의 사우스케이프다. 스코틀랜드의 킹스반스를 설계해 단박에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카일 필립스가 디자인한 사우스케이프는 2013년 개장했다. 파인비치의 6번과 사우스케이프의 16번 홀은 바다 쪽으로 뻗어 나온 곶(cape)에 자리 잡은 지형도 비슷하고 바다를 넘겨 친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사우스케이프의 16번 홀은 블루 티잉 구역 기준으로 185m인데 ‘진짜 거리’는 바람만이 알고 있다.
미국 페블비치에 7번 홀이 있다면 경남 거제 드비치 골프클럽에는 17번 홀이 있다. 다만 페블비치의 바다가 자주 울부짖으며 성을 내는 데 비해 드비치의 바다는 광활한 호수처럼 잔잔하다. 그림처럼 떠 있는 섬들이 물결을 막아주는 덕분이다. 하지만 아름다움 속에 가시를 숨기고 있다. 그린이 마치 바다에 떠 있는 것 같은 착시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린 좌우에는 벙커가 버티고 있다. 이곳을 설계한 송호는 “페블비치 7번과 사이프러스포인트 16번 홀을 반반씩 참고해 만든 곳”이라고 했다.
아일랜드 그린의 공포와 짜릿함 속으로 ‘풍덩~’
파3 홀에 극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게 아일랜드 그린이다. 미국 소그래스 TPC의 17번 홀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충남 천안 우정힐스 13번이 이를 모방해 만든 홀이다. 이곳을 디자인한 페리 다이는 소그래스를 설계했던 피트 다이의 아들이다. 소그래스의 17번 홀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린 주변의 벙커다. 고(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볼을 붙잡아줄 벙커 하나 없는 건 너무 가혹하다”고 해 그린 앞과 좌우에 3개의 벙커를 만들었다.
우정힐스는 2003년부터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한국 오픈의 무대로 사용돼 왔다. 13번 홀은 우승에 중요한 분수령이 되기도 한다. 올해 우승자 김민규는 이 홀에서 티샷이 물에 빠졌다가 물수제비처럼 수면에 튕긴 뒤 러프에 떨어진 덕분에 파를 지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최근 선을 보인 코스 중 연못과의 조화를 극적으로 연출한 곳으로는 강원 원주 성문안의 12번 홀이 꼽힌다. 그린이 커다란 호수에 외로이 떠 있는 데다 티잉 구역이 약 20m나 높은 곳에 있어 거리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노준택이 설계한 성문안은 거대한 암반을 과감하게 노출하거나 자연 그대로 살린 웨이스트 벙커 등의 조형미가 돋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강원도 홍천 카스카디아 워터 코스 7번 홀은 거대한 7단 폭포가 쏟아져 내리는 웅장함이 장관이다. 골프장 이름도 폭포(Cascade)와 이상향(Arcadia)을 조합한 것이다.
거대한 바다 벙커와 플라워 벙커
잭 니클라우스 디자인팀이 만든 인천 영종도 클럽72 오션 코스 17번 홀은 물이 아닌 모래로 둘러싸인 아일랜드 그린이다. 티잉 구역과 그린 사이에 거대한 웨이스트 벙커가 바다처럼 펼쳐져 있는 곳이다. 크고 작은 야생화 군락지는 듬성듬성 자리한 섬의 형태다. 웨이스트 벙커이기에 이곳에 볼이 떨어진 경우 샷 전후 과정에서 클럽을 모래에 접촉해도 괜찮다.
충남 아산 SG아름다운 골프클럽의 레이크 5번 홀 벙커도 독특한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그린을 빙 둘러싼 벙커와 그린이 한 송이 꽃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플라워 벙커’라는 이름이 붙었다. 벙커는 티잉 구역과 그린 사이에 있는 연못에서부터 뻗어 나와 있다. 이 코스를 디자인한 송호는 “스코틀랜드 로열 트룬의 ‘우표’ 홀(8번)과 미국 페블비치의 7번 홀을 보면 벙커가 그린을 감싸고 있다. 그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하트 그린과 불쑥 솟아 오른 화산 분화구
경기 포천의 베어크리크 골프클럽에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린이 있다. 크리크 코스 15번 홀로 연못 속에 섬처럼 떠있는 ‘하트 그린’이 인상적이다. 티잉 구역이 그린보다 21m 높은 곳에 있어 그린의 모양을 또렷하게 볼 수 있다.
15번 홀에는 노신사의 애틋한 러브스토리도 전해 내려온다. 내용은 이렇다. 아내와 사별한 노신사가 황혼에 동년배 여성을 만나게 됐다. 어느 날 아들 내외와 동반 라운드를 하면서 여성을 소개하게 됐는데 15번 홀에서 여성이 권한 아이언으로 노신사가 홀인원을 한 게 아닌가. 행운의 홀인원 덕에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고, 아들 내외의 마음까지 얻어 노신사는 그 여성과 결혼까지 하게 됐다. 세월이 흘러 크리크 코스는 2009년 리모델링을 했다. 2개 있던 그린도 하나로 만들기로 했다. 노신사는 골프장을 찾아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으면서 15번 홀의 왼쪽 그린을 없애지 말아달라고 부탁했고, 골프장 측은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코스를 리노베이션 한 노준택은 “사실 의도하지 않고 호수와 주변 지형에 따라 그린을 만들었는데 우연히 하트 모양이 됐다”며 “골퍼들이 새로운 가치를 찾아 부여해줬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경기 용인 화산CC의 11번 홀은 7개의 화산 분화구가 그린을 감싸고 있는 특이한 광경으로 눈길을 끈다. 코스를 설계한 고(故) 임상하와 함께 실무를 담당했던 권동영은 “골프장이 위치한 동네 이름이 화산(華山)인데, 불을 뿜는 볼케이노인 화산(火山)으로 조성하면 재밌겠다는 아이디어로 만들게 됐다”고 했다.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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