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자율주행도 ‘버추얼 트윈’이 낳은 기술”
‘다쏘시스템’ 달로즈 CEO 인터뷰
현실 세계를 3차원 디지털 세계에 복제해 각종 설계나 실험을 미리 해볼 수 있는 ‘버추얼 트윈’ 기술은 4차 산업시대 가장 중요한 산업 인프라 기술로 꼽힌다. 가상 공간에서 실험한 결과를 현실에 적용해도 문제없을 정도로 정교한 기술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대표 사례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종식을 앞당긴 백신이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코로나 백신 개발 제약 기업 대부분은 임상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이 기술을 적극 활용했고, 그 덕분에 5년은 걸릴 거라던 백신을 1년 반 만에 출시했다.
이때 활용된 버추얼 트윈 기술은 바로 40년 넘게 이 길을 걸어온 프랑스 기업 ‘다쏘시스템(Dassault Systemes)’이 만들었다. 얼마 전 한국에서 만난 파스칼 달로즈(55) 다쏘시스템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가상 컵을 하나 만들어도 확대하면 분자 레벨까지 볼 수 있게끔 구현한다”며 “가령, 자동차 충돌 테스트는 이제 더미(인체 모형)를 활용한 테스트를 대체한 지 오래”라고 말했다. 모습 복제를 넘어 속도나 물성 변화 같은 물리 법칙이 정교하게 구현된 덕분이다.
◇“테슬라 자율주행 기술도 버추얼 트윈 덕분”
올 1월 CEO에 취임한 달로즈 대표는 투자은행과 컨설팅 기업을 거쳐 지난 2001년 다쏘시스템에 합류했고, 연구 개발부터 사업 개발, 마케팅, 재무 등 다쏘시스템의 거의 모든 분야에 관여한 인물이다. 달로즈 대표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발달로 버추얼 트윈 기술 역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기술로 각종 산업과 기술 발달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신기술을 현장에 접목하는 경우가 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공정과 시행착오를 대폭 줄여주는 버추얼 트윈 기술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버추얼 트윈이 신기술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 사례로 전기차 시대를 개척한 테슬라를 언급했다. 12년 전 버추얼 트윈을 통해 초기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율주행 개발 초기에는 일반 도로 주행이 어려워 학습 데이터를 얻기도 어려웠고, 이를 버추얼 트윈으로 만든 가상 도시 주행을 통해 해결했다”며 “앞으로는 AI 학습과 시뮬레이션에도 버추얼 트윈이 적극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다쏘시스템은 지난 7월 ‘프랑스의 오픈 AI’라는 AI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미스트랄 AI와도 기술 파트너십을 맺는 등 AI 기술 융합을 준비 중이다.
◇버추얼 트윈 시장 규모 5년 뒤 10배 성장
과거 항공 엔진 제작과 자동차 조립 등 제조업 현장에서 적극 쓰여온 이 기술은 이제 생명공학 분야나 스마트 빌딩 및 도시 설계 분야까지 진출해 있다. 달로즈 대표는 “하버드대 의대와 같이 뇌와 심장을 버추얼 트윈으로 정교하게 구현하는 연구를 오래 해왔다”며 “이 기술 덕분에 파킨슨병 환자 뇌에 약한 전기 자극을 주는 작은 배터리를 삽입해 떨림 같은 증상을 완화해 주는 치료법(뇌심부 자극술)이 개발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기술에 데이터 분석에 특화된 AI 기술이 맞물리면 가상 공간에서 안전하게 진행한 임상 시험만으로도 신약과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시대가 충분히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추얼 트윈 시장은 앞으로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AI 기술 개발을 이끄는 빅테크도 대거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을 휘어잡은 엔비디아가 대표적이다. 지난 2022년 산업용 3차원 가상 공간 개발 플랫폼 ‘옴니버스 클라우드’를 출시한 엔비디아는 올 8월에는 기상 이변과 기후변화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가상 지구 플랫폼 ‘어스2′를 공개했다.
이 밖에 물류 공급망용 내지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복제 가상 공간 설루션을 출시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많은 빅테크가 버추얼 트윈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달로즈 대표는 “빅테크 참여로 버추얼 트윈 기술이 더욱 대중화될 것”이라며 “전체 시장이 커진다는 측면에서 위기보다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조사 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는 작년 기준 100억8000만달러(약 13조8100억원) 규모인 글로벌 버추얼 트윈 시장 규모가 5년 뒤면 10배 이상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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