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루지 성격 주입한 로봇, 인사해도 화난 표정 짓네

박지민 기자 2024. 11. 7.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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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로봇 상호작용’ 연구 활발
그래픽=이진영·Midjourney

인간이 로봇을 향해 손을 들고 반갑게 인사한다. 그러자 로봇이 뚱한 표정을 지으며 당신을 밀어내는 동작을 한다. 계속해서 인사했더니 이번에는 아예 화난 표정으로 팔짱을 껴버린다. 왜 이렇게 성격이 거친 것일까. 이유는 ‘크리스마스 캐럴’의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의 성격이 주입됐기 때문이다. 반면 애니메이션 캐릭터 미니언즈의 성격을 넣자, 인사를 하면 격하게 반겨주고 인사를 하지 않으면 지루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성준 고려대 교수가 네이버와 함께 진행한 ‘자연스러운 로봇 움직임’ 연구 결과다. 지난달 23일 본지와 만난 최 교수는 “언젠가 일상생활 속에 로봇이 들어올 텐데, 어떻게 같이 살 것인가에 대한 연구”라고 했다.

우리 삶에서 로봇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면서, ‘인간-로봇 상호작용(Human-Robot Interaction·HRI)’ 연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HRI는 로봇이 인간과 공존하기 위해 적절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지금까지 로봇은 하드웨어의 출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HRI 기술이 적용된 로봇은 고출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을 인식하고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반응하는 것이 목표다. 모든 환경에서 인간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성준 고려대 교수가 네이버 1784에서 양팔 로봇 앰비덱스와 사진을 찍고 있다. /네이버

◇각자 원하는 성격의 로봇 만들 수 있어

최성준 교수 연구팀은 네이버의 양팔 로봇 ‘앰비덱스’를 이용해 로봇이 어떻게 움직일 때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자연스러움을 느끼는지 알아보기 위해 공동 연구를 수행했다. 앰비덱스는 사람과 말은 할 수 없지만 표정을 짓거나 인사 등 손짓은 할 수 있다. 최 교수는 “강아지는 사람 말은 하지 못하지만 사람의 행동을 파악해서 자신의 감정 등을 비언어적으로 표현한다”며 “로봇이 반려 로봇이 되려면 비언어적 표현으로 사람에게 자연스러운 경험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연구팀은 로봇에 특정한 성격(페르소나)을 부여하고, 이에 따라 표정과 행동으로 사람과 상호작용하게 했다. 인간의 행동을 인지하고 분석한 뒤, 자신의 페르소나에 따른 몸짓과 표정을 내보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 모델 GPT를 이용해 자신이 취할 행동을 자동으로 정하게 했다. 로봇은 크게 외향적, 내향적 페르소나로 나뉘었다. 외향적인 로봇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사람이 오면 크게 손을 흔들며 환영해 준 반면, 내향적인 로봇은 사람이 와도 책을 읽거나 팔짱을 끼고 있었다. 최 교수는 “사람들이 선호하고 만족한 로봇은 외향적인 로봇”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또 로봇에 캐릭터 4명의 페르소나를 넣었다. 미니언즈, 스크루지와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겁쟁이 사자, 영화 스타트렉에 나오는 스팍이다. 각각 장난스러움, 분노, 수줍음, 무관심이라는 특성을 지닌 것이다. 연구 참가자 108명에게 선택지를 주고 각 로봇이 무슨 캐릭터를 나타내는지 맞혀보게 했더니 77%가 정확하게 분류했다. 최 교수는 “HRI의 목표 중 하나는 개인별로 원하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라며 “모두가 자신의 반려 로봇에 원하는 성격과 개성을 부여할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이진영

◇로봇 업체들도 앞다퉈 상호작용 연구

HRI를 둘러싼 학계와 산업계의 연구도 잇따라 진행되고 있다. 공경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로봇의 성능을 최적화하는 과정에 사람을 포함하는 방법론인 ‘HILO’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로봇과 사람이 상호작용할 때, 사람이 로봇의 특성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성능을 제대로 끌어내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과 사람을 통합된 한 시스템으로 보고 최적화를 진행하자는 것이다. 공 교수는 맞춤형 의족, 웨어러블 로봇, 교육·돌봄 로봇 등에 이 방법론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로봇 업체들도 앞다퉈 HRI 연구에 나서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달 일본 도요타연구소와 함께 AI 기반 공동 연구에 나섰다. AI로 로봇의 행동 등을 학습시켜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을 극대화한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피겨AI는 오픈AI와 협업을 통해 로봇 피겨01에 GPT를 탑재했다. 로봇이 인간에게 시각적 경험을 묘사하고, 자신의 행동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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