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악·성악·무용·영상의 만남… “클래식 안에서도 얼마든지 변신하죠”
보통 크로스오버(crossover)라고 하면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결합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성악가인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한국명 윤태현·52) 서울대 교수는 정반대다. “관객 입장에서는 클래식 음악만 듣게 되지만, 클래식 안에서도 얼마든지 크로스오버는 가능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베이스바리톤은 가장 낮은 베이스의 저음과 중간 음역인 바리톤의 배역을 겸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쓰는 용어다.
오는 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그의 리사이틀 역시 마찬가지다.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을 섞어서 부르는 건 물론이고 현악 4중주와 피아노 독주곡,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실내악 편곡) 같은 기악곡들도 중간중간에 튀어나온다. 기악과 성악, 아리아와 가곡의 구분이 사라진 ‘클래식 내의 크로스오버’인 셈이다. 거기에 영상과 무용도 어우러진다. 그는 6일 인터뷰에서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의 경계를 두지 않고, ‘이야기가 있는 음악극’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무대를 위해 그는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의 타이틀 영상을 맡아서 유명해진 비주얼 아티스트 박귀섭(40)씨에게 연출을 부탁했다. 예명 ‘바키(BAKi)’로 활동하는 박씨는 국립발레단 발레리노 출신의 사진 작가이자 비주얼 아티스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과 음반 표지, 사진전과 뮤직 비디오 작업까지 경계 없는 활동을 펼치지만, 클래식 공연 연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씨는 “모든 인간에게 시간은 동등하다는 점에 착안해서 빛의 변화를 통해 하루를 표현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새벽은 푸른빛, 낮과 노을은 노랑과 붉은색, 어둠 이후의 구원은 환한 빛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사무엘 윤은 “그의 사진전을 보고 난 뒤 한참이나 감정적 여운이 남아서 직접 연출을 부탁드렸다. 이번 공연을 앞두고도 ‘저를 못 살게 해달라’ ‘저를 가만히 두지 말아 달라’고 당부드렸다”며 웃었다.
사무엘 윤은 1999년부터 독일 쾰른 오페라극장에서 활동했고, 2012년 ‘바그너 음악의 성지(聖地)’로 불리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주역을 맡아서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무대에서는 제가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언제나 제가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 이번에는 기악·성악·무용이 어우러지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장르가 들어오는 종합 예술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피아니스트 박종화 서울대 교수와 아벨 현악 4중주단이 이번 연주에 참여한다. 16일 예술의전당, 4만~1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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