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붕괴 진앙지' 실손보험, 방치하면 의료개혁도 헛수고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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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4000만 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이 일부 의료기관과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 속에 휘청거리고 있다.
실손보험은 피보험자인 환자가 낸 의료비를 보상하는 상품으로 지난해 적자 규모만 2조원에 달한다.
'보험료만 내고 안 쓰면 손해'라는 생각에 의료 쇼핑 환자가 급증한 데다, 건강보험이 지원하는 급여 진료에 실손보험금을 받는 비급여 진료를 끼워 파는 '혼합 진료'도 늘어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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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4000만 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이 일부 의료기관과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 속에 휘청거리고 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5대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2020년 7조696억원에서 지난해 9조187억원으로 3년 만에 27.6% 증가했다. 매년 9%씩 늘어난 셈이다. 도수치료와 비급여 주사제 등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의 보험금 지급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이다. 실손보험은 피보험자인 환자가 낸 의료비를 보상하는 상품으로 지난해 적자 규모만 2조원에 달한다.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4년 뒤 보험료가 최대 두 배 가까이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필수 의료 붕괴와 의료비 증가를 부른다는 점이다. 실손보험으로 비급여 진료 시장이 커지면서 사보험 혜택이 거의 없는 필수 분야 의사들은 상대적으로 손쉽게 돈을 버는 비급여 진료 중심의 개원을 선택하고 있다. 실손보험 비중이 높은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로 인력이 몰리는 것은 물론 정형외과 전문의는 골절보다 도수치료, 흉부외과 전문의는 심폐질환 수술보다 정맥류 진료로 이탈했다. 건강보험 재정도 축내고 있다. ‘보험료만 내고 안 쓰면 손해’라는 생각에 의료 쇼핑 환자가 급증한 데다, 건강보험이 지원하는 급여 진료에 실손보험금을 받는 비급여 진료를 끼워 파는 ‘혼합 진료’도 늘어나면서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미가입자보다 의료비를 네 배 이상 더 쓴다는 조사도 있다. 이대로 둔다면 국민 의료비가 치솟아 건강보험이 고갈되고, 필수 의료는 더욱 외면받을 것이다. 의대 정원 확대도 헛수고가 되고 만다.
이처럼 부작용이 커지자 정부는 올해 안에 실손보험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비급여 보장 범위를 축소하고, 보험 가입자가 의료비를 부담하는 비율인 자기 부담률을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더 나아가 공·사보험 연계를 강화하는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고, 미국처럼 일정 수준을 저축하는 의료비 통장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근본 처방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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