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술혁신, 기후변화 '해결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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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에너지 전환은 신에너지가 경제성·편리성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기존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대체하는 과정이었다.
석탄이 바이오매스를, 석유가 석탄을, 전기가 1차 에너지를 대체하는 과정은 결코 기존 에너지 사용을 억제하는 정책에 기대어 작위적으로 일어나지 않았다.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정책 의지'로 추진하는 최근의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과 비교된다.
무작정 화석에너지 사용을 정책적 의지로 억누르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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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 기술이 '난제' 풀 수도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과거 에너지 전환은 신에너지가 경제성·편리성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기존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대체하는 과정이었다. 석탄이 바이오매스를, 석유가 석탄을, 전기가 1차 에너지를 대체하는 과정은 결코 기존 에너지 사용을 억제하는 정책에 기대어 작위적으로 일어나지 않았다.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정책 의지’로 추진하는 최근의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과 비교된다.
자연스러운 전환에는 시한을 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감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기존 질서 안에서 해결책을 찾고 때로는 견뎌내며 조금씩 적응해 간다. 하지만 신기술 등장 없이 기존 질서를 일거에 뒤집을 수 없는 현실도 인정한다. 근본적 해결책은 아널드 토인비가 말한 ‘도전과 응전, 난관과 성취’에서 찾아진다. 획기적인 신기술의 등장이 그것이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한순간에 해결된다. 자연스러운 전환이 신기술에 의한 경로 파괴적 전환으로 마무리되는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신기술에 의한 경로 파괴적 전환의 대표적 예는 미국 뉴욕의 ‘말똥 위기’다. 1890년께 뉴욕은 약 2만 대의 마차를 끄는 10만 마리가 넘는 말이 쏟아내는 말똥으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매일 1000t이 넘는 말똥이 쌓인 탓에 해결책을 찾을 길이 없어 보였다. 이때 등장한 것이 자동차다. 자동차는 단숨에 거리를 정복했다. 1912년 뉴욕에는 말보다 차가 많아졌고, 그리고 5년 뒤 1917년 마지막 말이 끄는 트램이 퇴출당했다.
말똥 위기는 전문가, 정책 입안자에 의해 해결되지 않았다. 세계 곳곳에서 도시계획 전문가가 몰려와 비상대책회의를 열었으나 사태의 심각성만 확인하는 말 잔치만 했을 뿐이다. 자동차라는 획기적 대안이 애초부터 그들에게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 속 에피소드는 오늘날 시각에서도 낯설지 않다. 최근의 기후변화 논의가 진행되는 방식과 너무도 비슷해서다. 전 세계는 1992년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한 이후, 매년 수만 명에 이르는 전문가가 모여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작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28회 두바이 총회 때 공식 등록자만 9만7000명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서로 남 탓만 할 뿐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최근 10년 기간에도 이산화탄소가 줄어들기는커녕 여전히 연평균 0.5%씩 증가하고 있다.
화석에너지에 에너지 사용량의 80%가량을 의존하는 인류로서는 경제 후퇴를 초래할 수도 있는 탄소중립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 말똥을 줄이기 위해 중요 운송 수단이던 말을 줄여야 했지만, 경제 활동이 마비될 것이란 걱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쳇바퀴만 돌리던 20세기 초 뉴욕 상황과 너무도 비슷하다.
기후변화도 뉴욕 말똥 방식으로 해결될 공산이 크다. 무작정 화석에너지 사용을 정책적 의지로 억누르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화석에너지 사용 금지로 큰 경제적 손실을 입는 국가와 계층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책은 정치적 타협의 결과물이다. 특정 국가와 계층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은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어 지속하지 못한다.
아마도 20세기 초 자동차의 출현처럼 에너지저장장치,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수소뿐만 아니라 현재의 상식을 깨는 경로 파괴적 기술개발로 기후변화라는 난제를 해결할 날이 언젠가 올 것이다.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좀 더 많은 연구개발 투자에 나서는 한편 향후 예상되는 기후변화에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적응력 향상에 매진하는 편이 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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