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7…의대 열풍에 고3도, N수생도 '긴장'
N수생 21년 만 최대 규모
고3 학생들은 중압감 커져
[더팩트ㅣ황지향·이윤경 기자] "사실 작년에도 의대 합격해서 등록해 두고 재수 준비하고 있어요. 가고 싶은 학교 의대 가려고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일주일 앞둔 가운데 수험생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의대 증원 등 영향으로 N수생이 역대급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합격한 학교를 뒤로하고 재수에 도전하는 등 의대 진학을 향한 열기가 뜨겁다.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의대생 김모(20) 씨는 "상위권 의대 진학을 위해 두 번째 수능을 치른다"고 말했다. 김 씨가 들어간 학원 1층에는 보라색과 분홍색, 초록색 등의 글씨로 'N수 고3·고2 수능', '수학, 학생 1명당 선생님 3명', '관리형 자습실 운영' 등의 현수막과 입간판이 줄지어 서 있었다.
◆ 오직 의대만…의대생부터 20대 후반 N수생까지
이 학원은 의대 합격률을 내걸고 홍보 중이다. 서울대 의대 15명, 연세대(신촌) 의대 36명, 메이저 의대 133명, 주요 9개 의대 342명 등을 앞세워 2024학년도 전국 1위를 내세우고 있다. 상위권 의대에 다시 도전하는 김 씨는 수능을 코앞에 두고 "컨디션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대 후반의 N수생도 있었다. 박모(29) 씨는 "의대 공부 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도전할 만한 것 같다"며 "체감상 수능 문제 10년 치 넘게 풀어본 것 같다. 지금 다니는 대학보다 더 좋은 학교의 의대를 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 씨는 현재 서울권 4년제 대학 재학생이다.
올해 수능에는 상위권 의대에 도전하거나 비의대 학생들이 상위권 학과에 진학하는 수요가 많아졌다는 평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수능 응시자는 총 52만2670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8082명 증가했다. 이 중 재학생 34만777명, 검정고시를 포함한 N수생은 18만1893명이다. 19만9025명의 N수생이 수능을 본 2004학년도 수능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 고3 수험생 "긴장과 설렘 그 사이"
전문가들은 졸업생 응시자 증가로 고3 학생들의 긴장도가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기대 효과로 의대를 목표로 하는 최상위권 학생들만 약 4000명 안팎으로 추가되지 않았을까 추정된다"며 "N수생이 21년 만에 최대 규모인 것도 고3들에겐 이 자체로 중압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남 대치동과 양천구 목동 등 학원가에서 만난 고3 학생들 표정에는 긴장감이 엿보였다. 하교 시간에 찾아간 진명여고 후문에는 인근 서정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직접 쓴 '언니·누나들 수능 대박 나세요'라는 현수막이 펄럭였다. 응원 문구와 대조적으로 김모(18) 양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김 양은 "수시를 잘 못 봐 정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12년 인생의 끝이라는 생각이 강해 많이 떨린다"고 말했다. 안모(19) 양은 "스트레스가 많지만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있다"면서도 "N수생이 늘어 걱정된다. 시험도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능이 며칠 안 남으니까 심장이 벌렁거리고 온몸이 떨린다"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수험생은 "털이 서고 설사도 자주 한다. 정신과를 다니면서 신경안정제와 항우울제를 먹고 있다"며 "그럼에도 수능날 누구보다 빛날 거고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시험 못 볼까봐 미치도록 불안하다"며 "아무것도 못 하겠다"고 토로했다.
일부 학생들은 수능을 빨리 마치길 바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석모(19) 양은 "곧 있으면 끝나니까 행복하다"면서 "요즘 반 분위기는 각자 공부하느라 조용하다. 휴대폰도 안 하려고 폴더폰으로 바꿨다"고 전했다. 권모(19) 양도 "좀 있으면 수험 생활이 끝난다는 생각"이라며 "평범하게 기출 위주로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수능은 오는 14일 전국 85개 시험지구, 총 1282개 시험장에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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