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 에이스 "RTS 생초보 직원도 금방 적응했다"

문원빈 기자 2024. 11.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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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킴 “RTS 장르 진입장벽 해소 카드는 덱 빌딩 게임과의 융합”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게임은 어려운 난도로 진입장벽이 높은 탓에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섣불리 접근할 수 없는 장르로 꼽히고 있다.

사실 과거에는 RTS가 게이머들에게 어렵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임진록, 커맨드 앤 컨커 등 수많은 RTS가 출시됐고 국민 장르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 시장의 트렌드가 달라졌다. MMORPG 장르 시대를 넘어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2, 발로란트 등 FPS, AOS 장르가 대세로 떠올랐다. 모바일 시장에서는 원신, 블루 아카이브, 승리의 여신: 니케, 붕괴 스타레일 등 서브컬처 게임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해당 게임들의 특징은 자신의 캐릭터만 조종한다. 이에 따라 시야가 자신의 캐릭터 범위에만 집중된다. AOS의 경우 다른 유저의 상황도 봐야 하니까 미니맵을 보고 화면을 전환하지만 상황을 인지하는 용도일 뿐이지 추가적인 조작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게임들이 인기를 얻으니까 게이머들은 방대한 시야와 다양한 건물 및 유닛들을 조종하는 RTS 장르에 진입장벽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나마 한국에서는 올드 게이머들이 익숙하니까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 정도만 인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게임사들도 RTS 장르 게임 개발에 손을 떼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RTS 장르 게임 부흥에 도전하는 게임사가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프로스트 자이언트 스튜디오와 언캡드게임즈다. 해당 게임사들은 각각 스톰게이트와 배틀 에이스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톰게이트는 RTS 장르 본질을 유지하면서 허들을 낮추는 방법에 집중했다. 하지만 RTS 장르 자체 허들은 게이머들에게 너무 높았다. 게다가 종족, 유닛 간의 밸런스도 비합리적인 탓에 얼리 액세스 출시 이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스톰게이트 다음 주자인 배틀 에이스는 그 허들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RTS 장르 게임과 덱 빌딩 게임의 융합을 선택했다. 순수 RTS 장르 게임만으로는 그 허들을 제대로 낮출 수 없다는 판단이다.

데이비드 킴 언캡드게임즈 수석 게임 디렉터는 그 판단에 확신을 가졌다. 블리자드 개발자 시절 스타크래프트2에 적응했던 RTS 초보 직원이 단 한 명도 없었던 반면 배틀 에이스는 RTS를 전혀 경험하지 않은 직원도 잘 적응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가장 재밌는 RTS를 만들자는 목표로 배틀 에이스를 개발 중인 그는 "RTS 재미 요소만 추구했다. 빠른 속도로 액션을 느낄 수 있고 그 액션이 지속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RTS 초반부에 반복되는 설계 과정을 스킵 해 보다 빨리 RTS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 온도가 사그라드는 것을 대비해 시즌마다 신규 유닛을 추가해 밸런스를 조정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확실히 RTS 장르 게임 개발에 정통한 만큼 여러 요소에서 고민한 흔적이 물씬 느껴졌는데 배틀 에이스 2차 CBT 시작 전에 데이비드 킴에게서 게임 관련 이야기를 상세하게 들어봤다.

- 데이비드 킴 언캡드게임즈 수석 게임 디렉터

Q. 언캡드게임즈를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블리자드에서 RTS 개발 경력을 보유한 인원들과 RTS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설립한 회사다. 해외에서 미스터 잭이라고 불리는 아티스트 루크 맨치니도 합류했다. 블리자드 전성기 때 오퍼를 받고 입사한 경험이 있을 만큼 유명한 아티스트다.

 

Q. 과거 DK 디렉터의 게임을 보면 해병을 산개시켜 맹독충을 막아내는 등 빠르고 정밀한 컨트롤로 상성에 따른 열세를 극복하는 것을 선호했다. RTS 장르를 간소화시킨 배틀 에이스에서는 해당 성향이 더 강해질 것 같은데 컨트롤적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어떤 장치를 마련했는지 궁금하다.

배틀 에이스는 스타크래프트2와는 많이 다르다. 덱 빌딩 장르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모든 플레이어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해병 컨트롤이 뛰어나서 승리를 이뤄내는 플레이어들은 비슷한 성향의 유닛을 골라서 해당 스타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반대로 컨트롤에 난관을 느끼는 플레이어들은 상성으로 이를 극복하거나 타이밍적으로 메리트를 가져오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내부에서도 이를 위한 테스팅을 많이 거듭했다. 스타2는 워낙 어려운 게임이고 컨트롤도 난해하다. 개발팀 내 RTS 초보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스타2를 잘 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래서 노하우를 알려줬지만 단 한 명도 적응하지 못했다. 반면 배틀 에이스는 RTS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직원도 덱 구성에 따라 반전을 이뤄내고 쉽게 적응했다. 

즉, 배틀 에이스는 기존 RTS와는 달리 어떤 방식으로 플레이를 지향하면 그것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이뤄주자는 목표로 개발된 게임이다. 

 

Q. RTS 장르 게임이 이제는 마니아층 중심으로 전락했다. 배틀 에이스로 이 흐름을 타개할 자신이 있는가?

배틀 에이스를 개발할 때 기존 RTS가 재밌었으니까 그 재밌는 게임을 다시 만들자는 목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오히려 블리자드 하스스톤 개발 기조와 비슷하다. 당시 시장에는 이미 매직 더 게더링 등 다양한 카드 게임이 인기를 얻고 있었다.

하스스톤은 기존 카드 게임과 비슷한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지루한 부분과 필요 없는 부분을 제외하거나 간소화하고 재밌는 요소를 극대화시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 카드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 플레이어에겐 깊이감도 제공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RTS 장르가 마니아층 중심으로 전락하는 이유는 게임을 즐기기 전에 연습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스타크래프트를 예로 들면 건물도 짓기 전에 일꾼 4마리를 산개해서 미네랄을 채집하고 미네랄 배치에 따라 보다 빨리 자원을 수급할 수 있는 것으로 일꾼을 유도한다.

배틀 에이스는 하스스톤처럼 아무나 접해서 재미 요소를 즉시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하드코어 플레이어를 위한 충분한 동기 부여도 심어놨다.

Q. 디스코드 AMA에서 메타에 따라 덱을 만드는 것도 실력의 일부이며 외부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 부분은 운과 실력이 절묘하게 엮여 있는 하스스톤이 생각나는데 해당 코멘트에 부연 설명을 한다면?

전통적인 RTS 장르 게임의 경우 몇 달이 지나면 특정 유닛 조합만 사용하는 경향이 커진다. 스타크래프트 프로토스 대 테란으로 예를 들면 보통 프로토스는 질럿과 드라군을, 테란은 메카닉을 사용한다. 전략적인 요소가 많이 사라지고 APM과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것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배틀 에이스도 물론 실시간 행동들이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전략적인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덱 변경을 제공했다. 게다가 시즌마다 메타를 바꾸기 위해 신규 유닛을 추가할 계획이다.

당시 코멘트는 APM만 높은 플레이어들이 TOP 티어에 가는 것이 아니라 덱과 전략을 잘 구성한 플레이어들도 충분히 TOP 티어에 갈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하스스톤과는 또 다르다. 하스스톤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랜덤적인 요소가 승패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스타크래프트는 정말 실력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배틀 에이스는 그 중간에서 답을 찾아보려는 게임이다. 알파 테스트, 베타 테스트로 찾아보겠다.

 

Q. 지난 테스트 관련 글로벌 게이머들의 반응은?

긍정, 부정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았다. 1차 테스트를 소규모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탓에 출시하면 성공하겠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기존 RTS 장르 게임 숙련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를 최고의 RTS 장르 게임이라고 칭한 플레이어도 "원래 재미 없어야 할 게임인데 왠지 모르게 재밌네"라고 답했다. 이런 현황을 보면 라이트, 하드코어 플레이어 모두 섭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Q. 지난 테스트에서 1대1과 2대2 모드를 지원했다. 테스터들은 어떤 모드를 더 선호했는가? 또한 테스트 이후 어떤 피드백이 많았는지 궁금하다.

데이터적으로 보면 1대1를 즐기는 플레이어가 더 많았다. 아무래도 신규 개발사, 게임, IP의 RTS 장르 게임이니까 하드코어 플레이어들이 많이 참여했고 그렇기에 1대1 모드를 더 선호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때 놀랐던 것은 스타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로 활동한 플레이어들이 1대1보다 2대2를 더 높게 평가했다.

이에 따라 1대1과 2대2 중 어떤 것이 더 재밌는지 고민하는 것보다 최대한 1대1과 2대2 모드를 완벽하게 지원해서 어떠한 모드든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으로 개발 중이다.

기존 RTS 장르 게임들은 1대1 모드를 우선으로 두고 팀 게임은 뒷전인 경향을 보였다. 배틀 에이스에서는 신규 유닛이 추가될 때 어떤 유닛은 1대1에 적합할 수도, 어떤 유닛은 2대2에 적합할 수도 있다. 또한 1대1과 2대2의 밸런싱을 다르게 튜닝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Q. 시즌마다 신규 유닛으로 메타를 변화시키겠다고 설명했다. 훗날 게임에 많은 유닛이 추가된 이후에는 시즌에 따라 특정 유닛이 금지되거나 하스스톤 야생, 정규전과 비슷한 개념을 염두에 두고 있는가?

고려할 만한 시스템이다. 이와 관련해서 슈퍼셀 디자이너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슈퍼셀에서는 블리자드 개발 방식과 비슷하게 5~10년 서비스에서 해당 문제가 발생할 것을 염두에 두고 출시 전에 미리 대안책을 마련했다. 

언캡드게임즈는 새로운 IP, 게임을 만드는데 5~10년 후 문제까지 고려하면서 개발하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한다. 게임 개발과 디자인 입장에서 고쳐야 할 문제가 많을수록 개발 난도가 훨씬 높아진다.

아직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보다 일단 재밌는 게임을 출시하고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때마다 제대로 수정하자는 마인드로 임하고 있다.

 

Q. 지난 테스트 당시 멀티 확장 순서와 위치가 정해져 있었다. 이로 인해 초반 멀티 생성을 방해하면 자원 격차를 극복할 수 없어 쉽게 이길 수 있었다. 미니맵에서 보이는 것이 의도된 것인가?

의도한 것이다. 앞서 배틀 에이스는 하스스톤과 스타크래프트 성질의 중간 부분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개발하고 테스트를 할 때는 미니맵에 멀티 상황이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설계했더니 상대의 덱도 모르고, 멀티도 모르니까 랜덤 요소가 너무 강해졌다. 그 랜덤성을 줄이다 보니까 해당 시스템으로 구현된 것이다.

지난 테스트 당시 멀티를 실수로 취소하거나 방해를 받아 취소되고 격차를 뒤집을 수 없는 상황이 많았다. 해당 플레이의 해결책으로 게임이 시작되기 전 카운트 시간에 상대의 덱을 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킹크랩으로 초반 러시를 진행했을 때 상대가 멀티를 시도했으면 그 게임을 쉽게 이기는 전략이 있었다. 덱을 미리 보여주면 상대의 의도를 일정 부분 간파할 수 있으니까 지난 테스트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Q. 일반적으로 RTS에서는 명령이 입력되지 않은 유닛은 선제 공격을 받을 시 대응 공격을 가한다. 반대로 공격, 정지, 이동 등 강제 명령을 입력하면 상대의 행동과 관계 없이 입력한 명령만 수행한다. 하지만 배틀 에이스는 건물을 강제 어택했는데 상대 유닛에게 공격을 당하면 자동으로 그 유닛으로 타킷팅이 변경됐다. 이는 의도된 설계인가?

그 문제는 옵션에서 설정할 수 있다. 해당 옵션을 OFF로 두면 기존 RTS와 동일하게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해당 기능을 만든 이유는 RTS 장르 게임 경험이 없는 플레이어를 상대로 테스트했을 때 대다수가 기본 AI 로직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를 어떻게 하면 시스템적으로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고안된 방안이다. 

재밌었던 것은 1차 테스트 당시 자신들의 컨트롤에 자신감을 가지고 해당 기능을 끄는 RTS 장르 게임 초보자들이 많았다. 이를 보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했는데 2차 테스트에서 그 답을 찾아보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다.

Q. 스토리 요소가 다소 약하다. 이를 보완할 계획은?

과거에는 좋은 게임들이 출시되는 주기가 길었다.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개발사도 거의 없었다. 당시 전통적인 RTS 장르 게임을 개발한 게임사들은 여러 게임을 한 패키지에 담아냈다. 스타크래프트로 예를 들면 캠페인과 PvP는 전혀 다른 게임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좋은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가 굉장히 많아졌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이에 따라 여러 게임을 다 만들어서 출시하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라이엇게임즈, 크래프톤 PUBG 게임만 봐도 하나의 게임에 집중된 구조다.

그래서 일단 정식 출시까진 하나의 게임을 제대로 만들자는 마인드다. 그 이후 플레이어가 원한다면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Q. 신규 맵 등 새로운 전략 요소를 추가할 계획도 있는가?

모든 요소의 추가는 오픈 마인드로 접근하고 있다. 다만 맵은 긍정적으로 보진 않는다. 많은 맵을 시도했는데 유닛 밸런스가 너무 변동됐다. 특정 유닛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사례도 나왔다. 새로운 맵을 무조건 추가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난도가 어려운 작업이다.

어픽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벤트 모드도 고려 중이다. 기존 배틀 에이스와 다른 규칙을 시도할 수 있는 모드 시스템도 포함된다. 하스스톤 전장과 비슷한 개념이다. 

 

Q. 한국에서는 MOBA 장르 인기가 높다. 배틀 에이스는 한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 흥행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가?

최근 MOBA도 그렇고 클래시 로얄 스타일의 전략 게임이 유행이다. 클래시 로얄 스타일과 배틀 에이스의 다른 점은 유닛을 자신의 의도에 따라 조종할 수 있고 덱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한국 시장에서 어떤 종류의 게임들이 성공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MMORPG를 제외하고 기존에 인기가 많은 게임과 비슷한 게임을 출시하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

스타크래프트2도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지만 한국에서는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만큼 흥행하지 못했다. 포트나이트와 도타2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최고의 인기 게임이었는데 한국에서는 PUBG 배틀그라운드와 LoL을 넘지 못했다. 

이 관점에서 배틀 에이스는 기존 RTS 장르 게임과 전혀 다르기에 성공을 확신할 수 없지만 실패 가능성은 조금 낮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한국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정말 많이 즐겼다. 배틀 에이스는 한국 게이머 입장에서 봐도 근사한 게임이다. 기존 RTS 장르 게임과 다르지만 오픈 마인드로 한 번쯤 즐겨봤으면 좋겠다. 분명 재밌을 것이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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