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의 이제는 국가유산] [14] 청동용, 모두의 안녕을 건넨다
서울 명동에 특별한 용이 나타났다. 조선 왕실 유물 ‘청동용’이다. 신세계 본점 외부 디지털 전시관 조명이 켜지며 물에서 솟구치는 용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영상 속 청동용은 경회루 청동용으로도 불린다. 경회루 연못 준설 작업 중에 발견되어 붙여진 별칭이다.
청동용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97년 11월 이즈음이었다. 경회루 북편 하향정 앞 물을 뺀 연못에서 발견됐다. 길이 146.5cm, 무게가 66.5kg으로 직사각형 돌판 위 몸통과 용 머리가 분리되어 있었다. 왼편 앞 발바닥에 좌(左) 자가 새겨져 있고 발도 일부 절단된 모습이었지만 우연한 발견이 큰 화제가 되었다.
용은 왕의 권위를 상징하고 물과 비를 다스리는 신성한 존재지만, 경회루 청동용은 여의주를 물지도 않았고 혀를 내민 모습이 해학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황제를 상징하는 5개의 발톱을 가진 오조룡(五爪龍)으로 하늘을 나는 듯한 우아한 자태가 경이롭다.
경복궁에 경회루를 조성하고 청동용을 연못 속에 넣은 것은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경복궁을 고종 때 중건하며, 화마로부터 경복궁을 지키며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고자 한 것이다. 당시 고사를 올린 제문에는, 하늘 허락으로 쌍용을 만들었으니 화기를 눌러 만세토록 궁궐을 보호해달라 했다.
경회루 청동용에 관한 이야기는 당시 경복궁 재건 기록을 담은 ‘경복궁영건일기’와 ‘경회루전도’에 전해진다. 1865년 8월 20일부터 20여 일 동안 청동용 한 쌍을 제작했고 그중 하나에는 명문을 배에 새겼다. 그리고 이듬해 돌로 함을 만들어, 머리는 남쪽 꼬리는 북쪽으로 향하게 하여 용 한 쌍을 연못에 가라앉혔다 한다.
발견된 청동용은 그중 하나이지만 명문이 없다. 명문이 새겨진 다른 용은 어디에 있을까. 아직도 경회루 연못 깊이 파묻혀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그 바람까지도 품은 청동용은 한동안 전시되었다가 현재 보존 처리 중이다. 재단장을 마친 11월 19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실물이 전시되니, 청룡의 해가 가기 전 상서로운 용을 만나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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