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화의 함께 들어요] [3] 유재하와 클래식 편곡의 매력

이대화 음악평론가 2024. 11. 6.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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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세기의 명곡 ‘Yesterday’를 만들 때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는 갈등했다. 프로듀서 조지 마틴이 현악 4중주 편곡을 도입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폴이 보기에 록 밴드인 비틀스가 살롱 분위기 클래식을 도입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폴은 이렇게 말했다. “조지, 우리는 로큰롤 밴드잖아.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

한때는 너무 점잖을까 봐 망설였던 클래식 편곡을 197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은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에머슨 레이크 앤드 파머의 ‘Pictures at an Exhibition’은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록 버전으로 연주한 앨범이다. 당시 록 밴드들은 로큰롤이 코드 몇 가지만 가지고 연주하는 단순한 음악이란 편견에 도전했다. 콩쿠르에서 우승할 정도의 테크닉 강한 연주를 선보이며 흔히 말하는 고급 예술 영역에 있던 것들을 적극 끌어안았다. 그중 클래식은 재즈와 함께 가장 보편적으로 쓴 아이템이다. ‘아트 록’이란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클래식 도입이 꼭 엘리트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중성을 강화하는 용도로도 쓰였다. 전자 음악 대중화의 일등 공신인 웬디 카를로스의 역사적 명반 ‘Switched On Bach’는 당시 새로운 발명품이었던 무그 신시사이저로 바흐를 연주한 앨범이었다. 신기한 효과음을 내는 정도로 취급받던 신시사이저가 충분히 음악적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걸 널리 알린 앨범이었다. 클래식 역사상 두 번째로 100만장을 판매할 정도로 크게 성공했다. 바흐의 보편적 아름다움이 전자 음악 대중화에 크게 공헌했다.

한국에서 클래식 하면 떠오르는 이름은 유재하(1962~1987)다. 대학에서 클래식을 전공한 그는 가요에 풍부한 현악 편곡과 목관 악기 등을 도입해 한국 발라드의 세련화를 이끌었다. 그는 ‘Minuet’이라는 클래식 소품을 앨범에 실을 정도로 장르에 대한 애정이 컸다. 웅장한 현악기 합주로 시작해 평온한 클라리넷으로 이어지는 ‘사랑하기 때문에’ 그중에서도 백미다. 6분이 넘는 길이와 너무 강한 비감(悲感) 탓에 대중적으로 히트하진 못했지만 아름다움과 완성도 면에서 당대 최고 발라드 중 하나다. 노래가 수록된 유일한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는 2018년에 대중음악 평론가와 관계자들이 모여 선정한 한국 100대 명반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1일은 유재하가 세상을 떠난 날이었다. 매년 11월이 되면 그의 이름을 딴 신인 발굴 오디션인 유재하음악경연대회가 열린다. 올해도 예선이 치러졌고 오는 9일에 본선 대회가 열린다. 그동안 이곳을 통해 조규찬, 이한철, 루시드폴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이 배출됐다. 올해는 또 어떤 보석이 발굴되어 세상에 이름을 알릴지 기대된다.

유튜브 영상 | 사랑하기 때문에 - 유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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