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신중한 러시아…미러 관계 '변곡점' 전망도(종합)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대해 러시아는 차기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을 속단하지 않겠다면서 일단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모든 것을 신중하게 분석하고 모든 것을 관찰한 뒤 구체적인 단어들과 조치들을 보고 결론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갈등을 '하루 안'에도 끝낼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취임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나 집무실에 입성한 이후에 어조가 바뀔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분쟁 종식이 하룻밤에 이뤄질 수는 없지만 미국은 외교 정책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며 "이것이 일어날지, 어떻게 될지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년 1월 이후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러시아 국영 로시야24 방송에 트럼프 당선인의 우크라이나 분쟁 종결 발언에 대해 "구체적인 행동들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의 대러시아 정책과 관련해서는 "러시아는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거듭 확인했지만 미국이 현재 그와 반대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대선 승리를 축하할지는 알지 못한다면서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한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된 비우호적인 국가라는 것을 잊지 말자"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의 축하 인사가 없다면 트럼프 당선인의 기분이 상해 양국 관계가 더 악화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양국 관계가 이보다 더 악화할 수가 없다"며 "양국 관계는 역대 최저점이며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는 차기 미 정부에 달렸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전화 통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쪽(트럼프 측)에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는 누구의 내정에 간섭한 적도 없고 간섭하고 있지 않으며 간섭할 생각도 없다"며 강력히 부인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미 대선 결과에 대해 "어떠한 환상도 갖지 않는다"며 "미국의 지도층 정치 엘리트는 당적과 관계없이 반러시아 태도와 러시아를 억제하는 노선을 고수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승리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 결과에 대한 미국인의 불만을 드러낸다고 해석했다.
이어 "러시아는 국익을 굳건히 지키고 특별군사작전의 모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미국의 새 정부와 교류할 것"이라며 "우리의 조건은 변하지 않았고 미국에 잘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과 외무부의 신중한 반응과 달리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당선이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텔레그램에 '뼛속까지 사업가'인 트럼프가 '군식구들'에게 돈 쓰기를 싫어한다는 것은 러시아에 유용하고 우크라이나에는 나쁜 소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알렉세이 체파 하원(국가두마) 국제문제위원회 1부위원장은 러시아 매체 렌타에 트럼프의 승리로 우크라이나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전황은 이미 우크라이나군에 매우 어렵다. 탈영과 이민이 모두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도 분열될 것이라며 "유럽연합(EU)은 관망하는 태도로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다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이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 정치학자 말레크 두다코프는 현지 매체 뉴스.루에 협상 결과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러시아에 부과된 각종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러시아에 이란·중국과 협력 축소를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 통신에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를 재설정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기대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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