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이라더니…또 빗나간 여론조사[2024 미국 대선]
미국 대선을 앞두고 ‘초접전’과 ‘역대급 박빙’을 점쳐온 여론조사 기관들의 예측이 또 빗나갔다. 막상 개표가 시작되자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인단을 300명 이상 확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상과 달리 ‘압승’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2016·2020년 두 차례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과소평가했던 여론조사 기관들은 이번에도 ‘샤이 트럼프’ 규모를 낮잡아 봤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오전 3시30분(미 동부시간) 기준 AP통신이 집계한 전국 단위 득표율을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51.2%,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47.4%였다. 두 후보 간 격차는 3.8%포인트에 달했다. 대선일 직전 여론조사 기관들의 마지막 발표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이 48%(뉴욕타임스·시에나대), 49%(NBC방송) 동률을 이루거나, 1~2%포인트 내 접전으로 예상됐던 것보다 큰 차이다.
여론조사가 들어맞았다면 두 후보는 개표 과정에서 초박빙 양상을 보여야 했지만, 예상보다 일찍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승’ 가능성이 점쳐졌다.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한 뉴욕타임스(NYT)마저 개표가 시작되자 트럼프 전 대통령 승리에 무게를 실었다. 모든 지역의 투표가 마감된 6일 0시쯤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확률을 90% 이상으로 내다봤다.
선거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도 여론조사 예측을 비껴갔다. 7개 경합주 중 비교적 빠르게 결과가 집계된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표 내내 사실상 우위를 점하면서 승리했다.
앞서 다수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1~2%포인트 범위 내 접전을 벌였고,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선 오차범위 안이지만 앞서는 경우가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개표가 후반으로 가면서 미시간에선 6%포인트까지 뒤지는 상황도 나타났다. 본투표 개표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세했다가 이후 사전투표 개표가 진행되면서 민주당으로 우위가 바뀌는 이른바 ‘붉은 신기루’ 현상도 2020년 대선과 달리 이번엔 나오지 않았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선거 다음날 새벽까지 개표 상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합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선전했음을 보여준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모든 면에서 2020년 대선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AP통신이 개표가 95% 이상 완료됐다고 파악한 1300여개 카운티 중 92%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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