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마다 긴 줄·인증 스티커 동나…‘폭탄 협박’에 주민 대피 혼란도 빚어[2024 미국 대선]
“경제 불만에 트럼프 찍어”
역대 최고 투표율 전망도
마지막까지 판세를 예측하기 어려운 접전이 펼쳐진 올해 미국 대선에서는 투표 열기도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주요 경합주에서는 투표소에 줄이 늘어섰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와 인증스티커 등이 동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 투표율이 역대 최고였던 2020년 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거 승부처로 꼽히는 7개 경합주의 투표 열기는 2020년 대선을 뛰어넘은 분위기다. 미 대선 투표가 진행된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합주인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 등의 투표소에는 아침부터 유권자들 줄이 늘어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위스콘신의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를 마쳤음을 나타내는 ‘투표했음(I voted)’ 스티커와 등록 양식 문서가 모자라 더 복사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CNN도 조지아와 미시간 등 여러 주에서 기록적인 투표율이 나타나고 있으며, 펜실베이니아에서는 투표율이 예상치를 넘어서면서 투표가 끝나기 전에 투표용지가 동난 곳도 있다고 전했다. 네바다와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등은 2020년 투표율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투표율이 2020년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20년 대선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편투표가 크게 늘면서 1900년 이후 가장 높은 66.6% 투표율을 기록했다. 선거 전문가인 마이클 맥도널드 플로리다대 교수는 이날 엑스(옛 트위터)에 “현재 투표율이 2016년보다는 확실히 높아 보인다”며 “2020년의 기록적 투표율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지만, 2016년보다 2020년과 상황이 비슷해 보인다”고 썼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표를 줬다고 밝힌 유권자들은 여성 권리, 인종차별 문제 등을 중요하게 여겨 투표했다고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에 사는 아드리아나 로드리게스(32)는 공화당의 임신중단 제한 정책에 반대해 난생처음 투표소에 나왔다며 “지금까지는 내 투표가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선거가) 나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반면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등에 대한 불만으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었다는 유권자도 많았다. 조지아에서 트럼프 후보에게 투표한 달라스 하이더(45)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할 때 사회가 더 좋았고 물가도 낮았다며 “지금은 많은 사람이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고 투표 이유를 설명했다.
투표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일부 투표소에는 ‘폭탄을 터뜨리겠다’는 가짜 협박 e메일이 도착하는 등 긴장된 분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 e메일이 러시아 도메인에서 발송됐으며 선거에 혼란과 불신을 조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의 2개 투표소에서는 폭탄 협박으로 투표가 일시 중단되고 주민들이 대피하는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트럼프 후보가 주장한 ‘2020년 대선 투표 조작’ 음모론을 믿는 강성 지지자들에게 오랫동안 시달려온 투표관리원들은 이날 더욱 강화된 보안 속에서 근무했다고 WP는 전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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