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2016?…해리스, '러스트벨트'서 힐러리 패인 재현[트럼프 시대]

박광온 기자 2024. 11. 6. 22: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러스트벨트 블루칼라 표심, 트럼프 택했다
해리스, 2016년 힐러리 패배 전철 그대로 밟아
[웨스트팜비치=AP/뉴시스]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에서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 2024.11.06.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화려한 귀환'에는 러스트벨트(북부 쇠락 공업 지대)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선택이 한몫했다.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을 택한 이들은 이번 대선에서 다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을 잡았다.

특히 이번 러스트벨트에서의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패배는 2016년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전철을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분석된다.

'엘리트 여성' 이미지를 보유했던 힐러리 전 국무장관은 이른바 블루칼라(생산직에 종사하는 육체노동자) 유권자가 대다수인 이 지역에서 표를 잃고 대선에서 씁쓸하게 퇴장한 바 있다.

'親민주' 러스트벨트, 2016년 트럼프 선택…다시 무너진 블루월

블루칼라 노동자 계층이 많은 러스트벨트는 통상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된다. 특히 이번 대선 경합주인 러스트벨트 3곳은 2000년 이후 공화당 후보에 표심을 주지 않아 왔다.

2016년 한 차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었지만 2020년 다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으로 돌아섰다.

이 배경엔 공화당의 친(親)기업 노선이 있다. 공화당이 주로 대기업 환영을 받는다면 민주당은 서민·노동 친화적인 정책으로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이들의 선택은 다시 한번 뒤집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을 8년 만에 다시 잡아준 것이다.

NBC 개표 지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50.7%를 득표, 48.2%를 얻은 해리스 부통령을 눌렀다.

아울러 위스콘신주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49.7%의 지지율을 얻어, 해리스 부통령(48.7%)을 1%p 차로 이겼다.

미시간주에선 98% 개표 기준 트럼프 전 대통령이 49.0%로, 48.2%의 해리스 부통령에 우위를 점했다. 아직 개표가 완료되지 않았으나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해리스 왜 안 됐나…힐러리 패배 안긴 '엘리트 여성' 이미지

특히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고전한 데엔 그의 '엘리트 여성' 이미지가 노동자 계층 유권자에게 통하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전 국무장관의 패배 이유와 유사한 부분이다.

힐러리 전 국무장관은 2016년 이 지역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에 패했는데, '기성 엘리트 정치인' 이미지가 러스트벨트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당시 성난 백인들의 표심이 트럼프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해석됐는데,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도 이 같은 장벽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은 흑인 명문대인 하워드대와 캘리포니아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법조인으로 일한 엘리트 이미지 소유자다. 유색인에 여성인 점도 백인 남성 노동자와 결이 맞지 않는 부분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제조업 부흥"…해리스, '코로나 침체' 타격 못 벗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슬로건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이런 상황에서 러스트벨트 백인 노동자 표심 결집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제조업 불황 속에서 대규모 관세 부과 정책 등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실제 러스트벨트 노동자 표심을 대표하는 노조 중 하나인 전미철강노조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으나, 지난 4일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 현장에는 철강 노동자 여럿이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츠버그 유세장 연단 뒤편을 지켰던 안전모 차림의 지지자들을 가리키며 "이들은 생산적인 사람들이고, 우리나라가 일하고 가동되게 한다. 그들은 우리나라를 건설했다"고 했다.

블루칼라를 치켜세우며, 노동자 표심을 직격한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도 본투표 전날까지 펜실베이니아 유세에 나서, 러스트벨트 표심 지키기에 힘썼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 집권기인 지난 2021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 문제가 악화됐고, 이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였던 해리스 후보에게도 악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다.

NYT는 지난 2일 "팬데믹 기간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경제는 침체했다"며 "이와 함께 마스크와 백신 의무화, 학교 폐쇄 등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강경한 대응, 자유로운 국경 정책에 따른 이민자 문제 등으로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환멸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거의 모든 부분에서 유권자들은 분개했고 이것이 집권당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며 "결국 트럼프 후보에 대한 심각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