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서 나체로 발견된 피투성이 20대女…범인 잡고보니 ‘9년 전 성범죄’男 [사건 속으로]

김수연 2024. 11. 6.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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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대학가 묻지마 폭행 사건
30분 새 女 2명 폭행…“성범죄 목적”
피해자 “지금도 정신적 고통 시달려”
과거 수차례 동종범죄…출소 뒤 재범
검찰, 징역 30년에 불복…항소장 제출
지난 4월10일 20대 남성 A씨가 전주시 덕진구의 한 대학가에서 20대 여성을 뒤쫓아가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장면. 연합뉴스TV 보도화면 갈무리
 
검찰이 대학가에서 성범죄를 목적으로 여성 2명을 무차별 폭행한 20대 남성에게 중형을 선고한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검은 전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및 살인미수, 강도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범행의 수법 등에 비춰 피고인에게 더 중한 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일부 무죄가 나온 부분에 대해서도 더 따져보고자 항소장을 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법원은 징역 30년을 선고한 바 있다.
폭행당한 뒤 의식을 잃은 피해자가 8시간 이상 방치된 주차장 모습.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A씨는 지난 4월10일 오전 4시쯤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의 한 골목을 지나던 20대 여성 B씨를 폭행해 의식을 잃게 만든 뒤, 인근 주차장으로 끌고 가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피해 여성은 이로부터 약 8시간이 지난 같은 날 오후 12시30분쯤 주민에게 발견됐다. 당시 B씨는 나체 상태로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의식이 없는 채 발견됐다. 현장 인근에서는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속옷이 혈흔이 묻은 채로 발견됐다.

공개된 당시 현장 영상을 보면 술을 마셨는지 비틀거리며 걷는 B씨를 A씨가 바짝 뒤쫓았다. A씨는 지나가는 길인 척 상가 의자에 앉는 등 딴청을 피우면서도 계속 B씨를 따라갔다. 이후 상가 주차장에서 무차별 폭행이 이어졌고, A씨는 옷이 벗겨진 채 피를 흘리는 B씨를 버려두고 달아났다. 피해자는 주차된 차 아래에 쓰러져 있다 낮이 돼서야 지나가던 행인에 의해 발견했다. 피해자는 현재까지도 범행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대 여성 B씨를 폭행한 A씨가 범행 30여분 전 또 다른 여성 C씨를 폭행하고 도망치다 인적이 없자 뒤돌아서 쓰러진 C씨를 바라보는 모습. JTBC 보도화면 갈무리
 
A씨는 이 범행 30분 전에도 인근 대학로에서 또 다른 여성 C씨를 폭행하고 성범죄를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피해자가 거세게 저항하자 범행을 포기하고 도주했다. 현장 영상에는 앞선 수법과 마찬가지로 A씨가 전화 통화를 하는 척하며 C씨 뒤를 쫓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고는 느닷없이 C씨의 뒤통수를 주먹으로 때리고는 도망갔다. 그는 도망치다 주변에 사람이 없자 쓰러져 있는 여성을 지켜보기도 했다. 해당 장소는 B씨가 발견된 현장과 약 1㎞ 떨어진 곳이었다.

당시 경찰은 가까스로 현장을 벗어난 C씨의 신고를 받고 사건 현장 일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용의자를 특정한 뒤 추적에 나섰다. A씨는 그 사이 거리를 배회하다 주차장에서 추가 범행을 저지른 뒤 이날 오후 8시30분쯤 경찰에 긴급체포했다. 그는 피해 여성들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성범죄 하려고 그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기관 조사 이후 집으로 돌아간 A씨는 입고 있던 옷을 헌옷수거함에 버리고 자신의 범행이 기사화가 됐는지 검색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피해 여성은 추운 날씨에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오랜 시간 방치돼 죽음에 이를 수도 있었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 없이 범행 흔적을 지우려고 범행 당시 입었던 옷을 버리기까지 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해자가 목숨을 건진 것은 피고인의 노력이 아닌 피해자가 혹한의 상황을 견뎌냈기 때문”이라며 “피고인은 강도·강간상해로 5년간 복역하고 출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범행했으므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A씨가 이송되는 모습. 연합뉴스TV 보도화면 갈무리
 
다만 검찰이 구형한 무기징역을 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한 대부분의 사례는 실제로 살인을 초래한 경우여서 이 사건과 균형이 맞는지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현재 범행에 대해 반성 중이고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며 “그가 저지른 죄는 매우 중하지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주시길 바란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피해자와 가족분들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고 짧게 말했다.

한편 A씨는 과거에도 비슷한 범행을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19살이었던 지난 2015년 5월 새벽 시간 버스정류장에 혼자 있던 사람을 습격하는 등 며칠 간격으로 수차례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강도상해와 성폭행 상해 등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22년 출소했다. 이로 인해 신상 정보 공개 등록 대상이 됐으나, 전자발찌 부착은 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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