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하던 대미 무역흑자·수출 ‘직격탄’…트럼프, 무역 제재 꺼낼 우려

박상영 기자 2024. 11. 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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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흑자 지난해 역대 최대
미·중 고율 관세 전쟁 현실화
국내 메모리 업계 등 악영향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한국은 당장 ‘대미 무역수지 흑자 축소’라는 과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중국과의 관세 전쟁 여파로 그동안 성장을 이끌었던 수출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7일 최상목 부총리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미 대선 결과에 따른 대응 방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6일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2020년 166억달러 수준이던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인 2021년부터 227억달러, 2022년 280억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444억달러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1~9월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399억달러로 올해 다시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중국이나 유럽연합(EU),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수준이지만 증가율이 가파른 만큼 통상 압력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무역흑자를 내세워 환율 조작국 지정과 각종 무역 제재 카드를 꺼낸 만큼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압박할 수 있다. 산업연구원은 “2019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전후해 대미 무역흑자 폭이 증가한 품목들을 중심으로 미국 측의 재개정 요구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미국산 셰일가스 구매를 늘리면서 ‘트럼프 달래기’에 나섰던 정부는 최근 선제적으로 미국산 가스와 석유 구매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고율 관세 전쟁도 대비해야 한다.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후보의 공약이 현실화하면 중국도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에도 중국은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에 맞서 농산물 등 무역장벽 도입과 보복 관세, 희토류 수출 통제 등에 나섰다. 당장 대중 수출 규제에 따른 반사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만, 미국의 견제로 중국 완제품의 대미 수출이 줄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공급망 재편 가능성도 커진다. 당장 대중 메모리 수출 제재 강도가 높아질 경우 국내 업체들이 보유한 중국 생산설비 운영과 대중 수출 판매 기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달 31일 발간한 ‘2024 미국 대선,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미·중 간 공급망 재편이 한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 한국의 후생(모든 소비와 투자의 합)이 0.63~1.37%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보편관세 공약의 현실화 여부도 관심사다. 국제금융센터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미국이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공약이 현실화한다면 수출과 투자가 위축됨에 따라 한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기준 대미 수출의존도가 전체 수출의 18.3%로 이전보다 높아지면서 성장에 부정적인 여파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보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트럼프가 보편관세를 부과하면 한·미 FTA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것”이라며 “대미 투자 1위 국가인 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워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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