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문소리… 특별 출연으로 해내는 배우들

기성 배우들의 특별 출연, 어떻게 성사될까
문근영·문소리 등 적은 회차에도 명장면 남겨
온라인 및 SNS서 호평 남기며 화제성에 일조

'지옥2'에서 문근영은 평범했던 사람이 극단적인 광신도로 변하는 사상의 비극을 선보였다. 넷플릭스 제공

특별 출연의 의미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 잠시 얼굴을 비추는 것 이상의 파급력을 선보이는 배우들이 점차 늘면서 제작진은 이제 서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성 배우들을 기용하는 중이다. 기존 인맥부터 발굴까지, 방법도 다양하다.

최근 문근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2' 특별 출연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받았다. 연상호 감독은 단막극 '기억의 해각'을 보고 문근영이 갖고 있는 새로운 얼굴을 발견, '지옥2'에 캐스팅했다. 그리고 연상호 감독의 판단은 옳았다. 광신도 집단 화살촉의 핵심 인물인 햇살반 선생님 오지원으로 분한 문근영은 이전의 이미지를 뒤집을 정도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작품 공개 후 문근영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문근영은 소속사를 통해 "늘 새로운 캐릭터가 고팠다. 생각만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중 햇살반 선생님 역을 제안받았다. 처음 맡아본 역할에 굉장히 설렜고, 제안해 주신 연상호 감독님께 정말 감사했다. 오래간만에 연기가 즐거웠다"라면서 소회를 전했다.

이처럼 짧은 회차에도 의미를 부여하면서 열정을 불태운 배우들이 시청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예상하지 못한 이의 등장은 보는 이들의 흥미를 높이는 요소다. 물론 사전에 일찍 공개하면서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문근영의 경우 일찍이 출연이 예고된 케이스다. 반면 '지옥에서 온 판사'의 박호산은 제작진이 사전부터 비밀리에 숨겨놓은 히든카드다. 시청자가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특별 출연한 배우를 만났을 때의 강렬한 충격을 기대한 것이다.

'정년이'에서 문소리는 극 중 찬란했던 과거를 외면한 채 정년이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사라진 천재 소리꾼 서용례로 열연 중이다. tvN 제공

'지옥에서 온 판사' 제작진은 의도적으로 박호산의 특별 출연을 숨겼다. 극 중 사탄의 정체와 연쇄살인마J가 후반부 중요한 키포인트가 되면서 강렬한 연기력을 가진 박호산을 섭외, 후반부 임팩트를 기대했다. 또 '정년이' 속 문소리의 특별 출연 활약도 눈길을 끈다. '정년이'에서 문소리는 극 중 찬란했던 과거를 외면한 채 정년이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사라진 천재 소리꾼 서용례로 열연 중이다.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까슬한 얼굴, 맛깔스러운 사투리에 인물의 감정을 완전히 빨아들인 문소리는 캐릭터 그 자체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특별 출연이지만 서사가 있기 때문에 감정적인 무게를 선보여야 하는 배우가 필요했고 문소리는 그 역할을 차곡차곡 풀어내고 있다. 문소리는 이 역할을 위해 사전에 판소리 수업을 받을 만큼 진심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

이처럼 기성 배우들의 특별 출연은 이야기의 보는 재미를 선사하는 중이다. 통상적으로 특별 출연은 연출진과 배우 간의 친분으로 성사된다. 물론 앞서 연상호 감독과 문근영처럼 관계가 따로 없더라도 대본과 캐릭터성이 괜찮다면 흔쾌히 출연으로 이어진다. 또 배우와 배우 사이의 우정으로 특별 출연이 성사되기도 한다. 앞서 본지 취재로 알려진 조정석의 영화 '1승' 특별 출연은 조정석과 송강호의 인연으로 성사됐다. '1승' 제작보고회 당시 송강호는 조정석을 언급하며 "고맙게도 출연을 해줬다. 같은 배구 감독을 맡아 유쾌한 즐거움을 줬다"라고 말해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보통 이처럼 특별 출연이 보통 인연에 기대다 보니 거액의 출연료가 오가진 않고 감사의 의미를 담은 수고비 정도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특별 출연'이기 때문에 적은 회차의 분량을 소화한다는 배경도 있다. 노개런티 사례도 있다. 조보아는 '구미호뎐'의 후속작인 '구미호뎐 1938' 특별 출연에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극중 촬영 분량이 적지 않았으나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임했다.

물론 금액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최근 작품 제작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배우들에게 돌아가는 배역들도 많이 줄었다. 이에 배우들에게도 특별 출연은 짧고 굵은 임팩트를 남길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중이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