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원단 자투리 재활용’ 첫걸음 내딛다
곳곳서 모인 폐원단 하루 6톤…압축 후 업체가 수거
자치구 직거래도 활발…매립되던 물량 99% 다시 쓰여
서울 성동구 중랑물재생센터. 지난달 30일 찾은 이곳 한쪽엔 분홍색, 노란색, 초록색 등 색색의 봉투가 산처럼 쌓여 있는 집하장이 있다. 봉투안을 들여다보니 잘린 옷 조각 같은 것들이 보인다. 옷을 만들 때 발생한 원단 자투리였다.
오전 10시10분쯤 광진구 마크를 단 재활용 처리 차량이 집하장에 도착하더니, 짐칸 가득 들었던 원단 자투리 봉투를 내려놓고 사라졌다. 집하장을 관리하는 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SR센터) 안명상 부장은 “일주일에 약 50~60t의 원단 쓰레기가 이곳에 쌓인다”며 “지난 8월 이후 이 집하장이 모두 비워진 날은 딱 이틀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하루 약 84t의 원단 자투리가 발생한다. 한 달 기준 2520t이다. 지금까지 이 중 60% 이상인 하루 52t 정도가 일반 쓰레기로 버려져 매립되거나 소각됐다.
매립에 따른 환경 피해도 문제였지만, 당장 2년 뒤인 2026년부터는 수도권부터 종량제봉투에 배출된 생활 쓰레기를 직매립하는 것이 금지된다.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을 찾아야 했고, 서울시는 원단 자투리에 주목했다.
지난 8월 설치된 ‘서울시 봉제원단폐기물 집하장’은 원단 쓰레기 재활용을 위한 첫걸음이었다. 쓰레기를 모아 재활용하려면 먼저 쌓아둘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재 노원, 마포, 광진구의 원단 쓰레기가 이곳에 모인다. 하루 최소 6t 분량으로 집하장이 없었다면 모두 일반 쓰레기로 버려져 매립되거나 소각됐을 것들이다.
집하장을 이용하지 않는 지역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재활용을 독려해 대부분 자체적으로 재활용 업체와 거래 중이다. 지난 7월부터는 서울시 자원회수시설과 수도권 매립지에 봉제원단 폐기물 반입을 금지, 업체들이 재활용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도 조성됐다. 이에 지난 9월 기준 서울시 원단 자투리 쓰레기의 하루 재활용 양은 82.79t 수준까지 늘었다.
10시30분쯤엔 거대한 집게가 달린 재활용 업체 트럭이 집하장 앞에 멈춰섰다. 작업자가 크레인을 이용해 원단 쓰레기를 트럭 안에 담았다. 경기 화성에 위치한 재활용 업체는 원단 쓰레기를 활용, 고형연료(SRF)로 사용한다.
집하장 설치에는 9000만원이 들었다. 전용 예산이 없어 서울시 ‘기후대응기금’을 끌어와 썼다. 쓸 수 있는 돈이 없다보니 올해는 부족한 점도 있었다. 집하장 증설이 필요했지만 공사를 할 수 없었다. 관리 인력이 부족해 새벽 시간에는 운영이 어렵다. 다행히 내년에는 전용 예산 약 3억4000만원이 배정됐다.
서울시 재활용기획팀에서 원단 쓰레기 업무를 맡고 있는 김병찬 사무관은 “압축 기계로 원단 쓰레기 부피를 줄이면 재활용 업체가 하루에 가져갈 수 있는 양이 더 많아진다. 예산안에 압축기 구매 비용도 확보됐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에서는 원단 자투리를 고형연료로 사용할 때도 대기오염 물질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것보다 관리된 시설에서 소각하는 것이 그나마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이제 원단 자투리 외에도 재활용이 가능한 물품을 찾고 있다. 원두를 갈고 남은 커피 찌꺼기인 ‘커피박’도 그중 하나다. 커피박은 톱밥처럼 압축해 바닥재로 쓰이거나 돼지 축사에선 퇴비와 섞어 쓰기도 한다. 정규환 서울시 재활용기획팀장은 “버려지는 현수막 등도 재활용할 예정”이라며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의 발굴하고 처리하기 위해 자치구 참여를 독려하는 등 매립과 소각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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