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일터 가던 30대 사업가 음주차량에 참변.. 20대 대학생 구속

사고 내고 도주, 증거 은폐 정황도
3년 전에도 음주사고 면허 취소돼

게티이미지뱅크

술을 마신 채 차를 몰다 새벽 시간 일터로 향하던 30대를 치어 숨지게 한 20대 대학생이 구속됐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를 받는 A(22)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게 영장 발부 사유로 전해졌다.

경기 성남수정경찰서에 따르면, 사고로 숨진 B(37)씨는 평소 무인 빨래방과 온라인 쇼핑몰을 함께 운영하던 건실한 사업가였다. 사고가 일어난 지난 5일 오전 4시 10분쯤에도 B씨는 새벽시간임에도, 전기 자전거를 타고 자신이 운영하는 무인 빨래방에 업무를 보러 가던 길이었다.

당시 B씨는 편도 5차선 도로 중 주정차 차들로 인해 주행이 불가능한 5차로 바로 옆에 붙어 정상적으로 주행 중이었으나, 갑자기 덮친 음주운전 차량에 목숨을 잃었다.

경찰에 붙잡힌 A씨는 수도권 한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21년에도 음주운전을 하다 단독 사고를 일으켜 형사 입건돼 면허가 취소되고, 1,000만 원이 넘는 벌금까지 물어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가 다시 운전대를 잡은 건 군 복무를 마친 올 초였다. A씨는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선후배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만취 상태에서 차를 몰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음주뿐만이 아니었다. A씨는 어머니 명의의 싼타페 차량을 타고 사고를 낸 뒤 그대로 도주했다.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1.5㎞ 남짓 떨어진 오피스텔에 주차된 A씨 차량을 발견, 오전 7시쯤 그를 긴급 체포했다. A씨는 경찰에 붙잡히자 빈 술병 등을 보여주며 “집에서 술을 마셨다”고 거짓 진술하는 등 이른바 '술 타기'까지 시도했다.

하지만, 경찰이 그가 숨긴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발견하며 계속 추궁하자, A씨는 집 안에서 추가로 술을 마신 사실이 없다면서 음주운전 사실을 자백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마치는 대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