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민이 우선이다

기자 2024. 11. 6. 20: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부산 금정구 범어사를 방문해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20% 밑으로 떨어진 국정 지지율과 연일 계속되는 김건희 여사에 관한 언론의 날선 비판에, 불편한 심경을 누군가에게는 토로하고 위로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말은 다소 생경하게 들린다. 그렇다면 그동안 국민을 보지 않고 누구를 보고 국정을 운영했다는 말인가? 잘못된 길을 갔기에 이제는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알겠다는 뜻인가?

윤 대통령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국민을 감동시켰고 국민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까지 되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후 국민이 아닌, 아내에게만 충성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만일 윤 대통령이 지난 2월 초 KBS 대담 때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 대해 “박절하지 못해서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라며 아내를 감싸는 대신 “어떤 이유에서라도 명품백을 받은 것은 제 아내의 잘못이고, 그에 대해선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면 국민은 그래도 공정과 정의가 살아 있다며 안도했을 것이다. 아울러 지금처럼 민심이 완전히 돌아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 여사는 민간인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대통령 취임 후 직접 국정에 개입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서울의소리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영상에서 김 여사는 명품백을 건네준 재미교포 최재영 목사에게 “적극적으로 남북문제에 제가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장 최근 큰 파문을 일으킨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선 김 여사와 명태균의 전화통화와 주고받은 문자 등을 통해 김 여사가 공천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나오는 상황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런 아내의 부적절한 처신을 바로잡기는커녕 윤 대통령이 오히려 그런 아내의 국정개입에 의존하는 무능과 내로남불 위선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실망은 하늘을 찌른다. 그런 속에서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한층 더 신통한 달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명품백 제공자는 청탁을 목적으로 명품백을 주었다고 주장하는데도, 받은 사람은 무죄라니, 납득하기 어렵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무원 등은 배우자가 수수 금지 물품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되면 제공자에게 바로 반환하거나 반환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 공직자의 아내가 수백만원짜리 선물을 받고 보관만 하고 있었다고 주장하면 검찰이 과연 무혐의 처분을 내렸을지 묻고 싶다.

국정 최고 지도자라면 자기 잘못을 바로잡을 줄 알아야 한다. 조선 숙종은 자신의 과오를 바로잡을 줄 아는 성군이었다. 중전이었던 계비 인현왕후를 1689년(숙종 15년) 음력 5월2일에 폐비했으나 1694년(숙종 20년) 음력 6월1일 다시 중전으로 복귀시켰다. 1701년 음력 8월14일에 인현왕후가 창경궁 경춘전에서 승하했는데, 그의 죽음이 장희빈의 저주 때문임이 밝혀지자 숙종은 인현왕후를 폐위했던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희빈 장씨에게 직접 사약을 내림으로써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했다.

윤 대통령은 숙종처럼 아내를 희생시킬 각오가 되어 있을까? 윤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면,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는 각오가 섰다면 범어사를 찾아가 위로를 받는 대신 현실 파악, 민심 파악이 우선이다.

무너진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려면 아내보다 국민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민의 지지가 국정 동력이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대통령 책상 위의 명패가 확인 행정의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7일 대국민담화·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일지 어떤 이야기를 할지, 국민들은 궁금하다.

홍진옥 전 인제대 교수

홍진옥 전 인제대 교수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