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편의 시조] 땀방울 무늬 /윤종순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가을이 걸음을 재촉합니다.
가을걷이에 마음 바쁜 농부가 돼 가을 바람도 팔랑팔랑 불어옵니다.
땀방울로 무늬 새겨진 부모님 거친 손등으로 가을볕이 따갑게 내리쬐입니다.
부모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차리는 염치가 있었더라면 이 가을이 행복할 텐데 철없었던 자식 마음은 가을볕 아래 산산이 부서집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잘려 나간 더위가 가을 문턱을 넘고 있다
누런 호박 붉은 고추 제 몫을 채워가니
부모님
웃음소리가
꽃바지에 묻어난다
가을이 걸음을 재촉합니다. 늦더위에 마음이 바빠졌나 봅니다. 가을걷이에 마음 바쁜 농부가 돼 가을 바람도 팔랑팔랑 불어옵니다. 땅의 모든 식물이 제 나이에 맞게 익어가고 채워져 갑니다. 누런 호박 붉은 고추처럼 내 가을도 잘 여물었는지 둘러봅니다. 자식들을 배불리 먹이고 싶은 부모님의 가슴이 누런 호박 되어 부풀어 오릅니다. 땀방울로 무늬 새겨진 부모님 거친 손등으로 가을볕이 따갑게 내리쬐입니다.
일바지 입고 부지런히 밭고랑 논둑을 오가시던 모습을 새삼 떠올립니다. 부모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차리는 염치가 있었더라면 이 가을이 행복할 텐데 철없었던 자식 마음은 가을볕 아래 산산이 부서집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