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독해진 ‘트럼프 2기’…한국 배터리·자동차·반도체 ‘비상등’
트럼프 당선 전망에 국내 증시 하락, 환율 치솟아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2기’ 시대의 도래가 유력시되며 국내 산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주력 업종인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의 대외 불확실성이 일제히 확대돼서다. 당장 이날 국내 증시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엘지(LG)에너지솔루션·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트럼프는 통상정책에 관한 한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정치인”이라며 “보편 관세 부과와 기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및 반도체 보조금의 변경 가능성 등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했다.
비상 걸린 배터리
국내 ‘배터리(이차전지) 대장주’인 엘지에너지솔루션 주가는 6일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7.02% 급락한 주당 39만500원에 장을 마쳤다. 트럼프의 귀환이 국내 배터리 업계에 최대 악재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장 우려를 낳는 건 기존 인플레이션감축법의 폐지 가능성이다. 화석연료와 내연기관 자동차에 우호적인 트럼프는 대선 기간 이 법에 따라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와 미국 내 배터리 생산·판매 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없애겠다고 대선 기간 중 언급한 바 있다.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위축으로 인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장기화하고, 현재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엘지에너지솔루션·에스케이(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미국 현지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여러곳 짓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박종일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첨단 생산 시설 유치를 위해 보조금을 전면 폐지하는 대신 수혜 조건을 지금보다 까다롭게 할 경우에도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불안한 자동차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자동차 쪽도 미국이 종합무역법의 슈퍼 301조 등을 통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쳤던 1980년대 못지않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미국의 모든 수입품에 관세 10%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보편 관세 정책이 현실화하면 현재 관세율 0%를 적용 중인 국내 완성차 수출이 줄고, 신흥국 시장에서도 대미 수출이 막힌 중국산 자동차의 밀어내기 공급으로 국내 기업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
전기차 전환 지연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투자·생산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이미 미국 조지아주에 지은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하이브리드차를 같이 생산하기로 계획을 바꾼 상태다.
어디로 튈지 모를 반도체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도 돌발 변수를 맞았다. ‘대중국 제재’ 강화로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다, 트럼프가 선거 직전 한국산 반도체에도 높은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현재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기존 ‘칩스법’은 전면 폐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반도체는 현재 세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데, 관세가 높아지면 관련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의 고관세 및 무역장벽 강화 정책과 미국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조는 국내 철강·화학 기업 등에도 호재보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날 트럼프의 당선 기대감이 커지며 코스피와 코스닥은 전날보다 각각 0.52%, 1.13% 하락 마감했다. 배터리와 신재생에너지주가 일제히 내리고, 지정학적 갈등 확대 가능성 등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방산주는 급등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6원 뛴 1396.2원(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을 기록하며 1400원에 육박했다. 이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킹달러’ 현상을 빚은 2022년 11월7일(1401.2원) 이후 최고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감세 정책 등으로 인한 미국의 재정 적자 확대 전망에 따라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가 함께 치솟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나타난 것이다.
박종오 pjo2@hani.co.kr 이재연 jay@hani.co.kr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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