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살 시도·사법 리스크에도 ‘재선 성공’ 트럼프…美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 [세모금]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역대 최고령 대통령·낙선했다가 재선에 성공하는 ‘징검다리 집권’이라는 이력을 가질 전망이다. 2020년 재선에 실패하고 올해 다시 대선 주자로 나선 그는 유세 기간 2번의 암살 시도와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내년 1월 20일에 취임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만 78세에 대통령이 된다. 현재 최고령 대통령은 2021년 같은 날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만 78세에 취임했지만, 생년월일이 1942년 11월 20일이어서 취임일을 기준으로 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5개월 가량 먼저 백악관에 입성했다.
앞서 징검다리 집권에 성공한 이는 제22대와 제24대 대통령을 지낸 그로버 클리블랜드 전 대통령이 유일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을 덮친 극심한 인플레이션 및 불법 이민자 증가로 인해 바이든 행정부에 등을 돌린 미국 유권자 표심을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로 끌어모았다.
특히 그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형사 기소되고 유죄 평결을 받은 불명예 속에서도 선거 유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두 차례의 암살 시도를 뛰어넘어 다시 4년만에 백악관의 주인이 되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독일계 이민자 2세인 부동산 중견 사업가 프레드 트럼프와 스코틀랜드 태생인 메리 애니의 3남 2녀 중 차남으로 뉴욕에서 태어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어릴 때부터 자존심이 강하고 지는 걸 싫어했다. 부모가 초·중학교 시절 사고뭉치였던 그를 기숙형 사립고등학교인 '뉴욕군사학교'에 강제로 입학시켰을 정도다.
고교 졸업 후 1964년 뉴욕 포덤대학을 다니다 2년 뒤에는 아이비리그에 속한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로 편입해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의 대학 캠퍼스 시절은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때였지만, 그는 4차례 징병 유예를 받았고, 결국 뼈가 계속 자라는 질환을 이유로 군 복무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대학 졸업 직후에는 사업가로 가업을 이었다. 부친과 함께 부동산 사업에 손을 대 돈을 벌었고, 1971년 부친으로부터 사업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회사이름을 지금의 '트럼프 그룹'으로 바꿨다.
1991년부터 2009년까지 수차례 도산의 굴곡도 겪었지만, 자신의 이름 '트럼프'를 내건 호텔과 골프장, 카지노 등에서 성공을 거둬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5월 그의 순자산가치를 75억 달러(약 10조3700억원)로 추산했다.
부동산 사업 성공과는 별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탄 건 2004년부터 NBC에서 방송된 서바이벌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견습생)를 진행하면서다.
해당 프로그램은 연봉 25만 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3억4000만원)의 트럼프 계열사 인턴십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직업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올해 대선 유세에서 상대인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너는 해고야"(you're fired)라고 호통을 친 것도 이때 나온 유행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 정치권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미국 주류 정치와는 거리가 먼 '아웃사이더'였다. 1987년부터 공화당→개혁당→민주당→공화당→무소속 등으로 당적 변경을 거듭하던 그는 2012년에야 공화당에 정착했다.
2015년 6월 16일 공화당 대선 후보 출마를 선언했을 때 한 자릿수 초반대의 미미한 지지율로 완주 가능성마저 의심받았지만, 이듬해 경선을 거쳐 공화당 공식 후보가 됐다.
당시 '가장 잘 준비된 대통령 후보'로 꼽히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보수 성향의 공화당 지지층에 더해 미국에서 세계화의 물결 속에 소외되고 밀려난 백인 저소득·저학력 계층의 막강한 지지를 등에 업은 덕분이었다.
그는 제45대 대통령으로서 재임 기간 미국 사회를 지배해온 엘리트 정치와 기성 주류 언론을 독설과 조롱, 모욕을 섞어가며 적대적으로 대하는 한편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기조 아래 특유의 통념과 전통을 깬 기행을 일삼았다.
불법 이민을 막으려 멕시코와의 남부 국경에 '미국판 만리장성'인 거대 장벽을 건설했고, 이슬람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초강수를 뒀다.
임기 마지막 해 코로나19 확산세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되자 백신 대신 살균제 주입을 제안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확고한 지지층을 등에 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를 통해 공화당의 일인자로 자리매김했고, 기성 정치인들을 줄 세우면서 '전통적 보수'를 표방했던 당을 아예 '트럼프당'으로 변모시켰다.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한 데 이어 2021년 1월 6일 극렬 지지자들의 미 의회 의사당 난입 폭동 선동 등을 통해 대선 뒤집기를 시도해 탄핵에 직면하기도 한 그는 미국 민주주의를 뿌리째 훼손했다는 비판 속에서도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내 '상왕' 노릇을 톡톡히 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2022년 중간선거 직후 2024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줄곧 '대세론'을 형성하며 독주체제를 굳힌 끝에 큰 어려움 없이 재선 도전 자격을 따냈다.
이번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전략은 '미국 우선주의'였다.
취임 첫날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펼치고, 외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등 집권 1기 때보다 더욱 거친 수사로 핵심 공약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초반부터 ‘바이든 정부 심판론을 내세웠다.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뉴딜'을 사기로 규정하면서 미국에 풍부한 석유와 가스 자원을 발굴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미국 내 제조업 부활을 약속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혹독한 도전과 시련도 이어졌다.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국가기밀 유출 및 불법보관,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등 혐의로 4차례나 형사 기소됐고, 성추문 입막음 돈 관련 1심 재판에서는 중범죄 유죄 평결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에 대한 판단이나 해당 유죄 평결에 대한 형량 선고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사법리스크'를 사실상 모두 털어내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 패했다면 이들 사법리스크가 여전히 족쇄로 남겠지만, 그가 내년 1월 백악관으로 복귀하면 법무장관에게 자신에 대한 공소 취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자신의 사법리스크가 정적 제거를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마녀사냥'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함으로써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활용하기도 했다.
공화당 전당대회를 이틀 앞둔 지난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 도중 암살 시도범의 총격에 오른쪽 귀를 맞은 뒤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특히 피를 흘리면서 불끈 쥔 주먹을 치켜세우고 "싸우자"고 외치는 모습은 이번 대선 캠페인 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강인한 지도자 이미지까지 더해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전현직 대통령의 리턴매치로 대선 구도가 굳어지는 듯한 상황에서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참패를 안겨 바이든 대통령이 결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직을 자진 사퇴하도록 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의 대타로 등판한 해리스 부통령이 한때 돌풍을 일으키며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무서운 기세로 선거 막바지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 접점에 달했고, 결국 4년 만에 백악관 재탈환을 이뤄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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