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인분 백숙 주문하고 안 와"…잇따르는 '노쇼', 보상 방법 없나

등산객 16명, "일정 변경" 음식점 노쇼
보상금 28만 원 요구… 예약자 거절
정선군청 공무원 40명 노쇼 논란 되기도
법조계 "소송보단 예약금 받는 것이 현실적"

지난 2일 서울 은평구에서 한 백숙 전문점에 테이블이 세팅돼 있다. 예약자들은 오리백숙 16인분을 예약했으나 노쇼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서울 은평구에서 백숙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일 등산객 16명으로부터 총 28만원 상당의 오리백숙 예약 주문을 받았다. 예약자 2명은 사전답사를 와서 당일 주차장을 비워달라고 요청하는 등 예약사항을 꼼꼼하게 챙겼다.

예약 당일 A씨는 2시간 전부터 조리를 시작했다. 점심 시간엔 16명 자리를 제외하고 만석이 돼 다른 손님을 돌려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예약한 손님들은 예정 시간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던 예약자들은 나중에야 연락해 등산 일정이 늦어져 못 갔다고 해명했다. A씨는 보상금 28만 원을 요구했으나 손님들은 A씨가 예약 당일 자신들에게 확인 전화를 안 한 책임이 있다며 보상을 거절했다. A씨는 지난 4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요즘 경기가 안 좋아 장사하기 힘든데, 이런 뻔뻔한 고객들 때문에 더욱 마음이 상한다"고 글을 올렸다.

#지난달 말엔 정선군청 공무원 40명이 워크숍을 갔다가 고깃집에 '노쇼(no-show·예약 후 오지 않는 행위)'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는 40명 단체 예약을 받고 자리를 준비해놨는데, 예약 시간이 지나도록 예약자들이 오지 않았다. 워크숍을 담당했던 외주 업체에서 복수로 음식점을 예약한 후 깜박 잊고 취소하지 않은 것이다. 다른 손님을 받지 못한 B씨는 "오늘 하루 장사 망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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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부도 빈번… 보상 요구해도 '나몰라라'

지난달 28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공무원 40명이 노쇼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노쇼로 인해 음식점이 텅 비어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최근 자영업자들의 노쇼 피해 호소가 늘고 있다. B씨는 이 사안이 공론화되면서 정선군청 워크숍 일정을 담당한 외부업체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B씨 사례와 달리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보상을 받지 못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경기 용인시에서 닭요리 음식점을 운영하는 C씨도 지난달 27일 노쇼 피해를 당했으나 보상을 받지 못했다. C씨는 4명으로부터 닭백숙을 주문 받아 예약 시간 1시간 전부터 조리를 시작했으나 손님들이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를 받은 예약자는 "골프 게임이 밀렸다"며 예약을 취소했다. C씨는 요리값 6만 원 입금을 요구했지만 예약자는 이를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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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 책임 물을 수도… 현실성 떨어져"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방문의사가 없는 고의적인 노쇼라면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또 노쇼로 인해 업주가 금전적인 피해를 입었다면 예약 부도를 낸 예약자들에게 민사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윤동욱 법률사무소 서희 대표 변호사는 "음식점에서 조리를 완료했다면 해당 음식값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고, 예약 시간 동안 다른 손님을 받지 못해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입증됐을 때도 배상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송 기간과 비용 등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대체로 피해 금액이 적게는 수 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노쇼에 대비해 보증금, 예약금을 받거나 선입금을 받는 것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윤 변호사는 "규범적으로는 민사 소송이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 어려울 수 있어서 사전에 보증금, 예약금을 받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며 "전화상, 또는 구두로라도 노쇼시 위약금을 약정하는 것도 심리적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