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심에 다시 트럼프 'MAGA' 물결…'반이민·경제' 먹혔다

김상윤 2024. 11. 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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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펜실베이니아 차지
흑인·히스패닉 남성 '반이민'지지..경제이슈도 핵심
모교 하워드대 나오지 않은 해리스…승복 선언은 내일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이소현 기자] “역사상 전례 없는 위대한 정치적 승리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 미국의 황금기를 열겠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5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대선 다음날인 6일 오전 2시30분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연설을 통해 “제 45대, 그리고 제 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영광을 누리게 해준 미국민에게 감사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나라가 치유되도록 도울 것”이라며 “국경을 고칠 것이며, 우리나라에 대한 모든 것을 고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아울러 이번 대선 유세 과정에서 2번에 걸쳐 암살시도를 겪은 점을 회상하며 “신이 내 목숨을 살려준 데는 이유가 있다”며 “이제 미국을 위대하게 회복하는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가 무대에 오르기 전 선거내내 트럼프의 등장곡이었던 ‘갓 블레스 더 USA’가 현장에 울려 퍼졌고, 수백명의 지지자들은 “USA”를 소리 높여 외쳤다. 무대에는 멜라니아 여사와 장남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 트럼프를 비롯해 둘째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의장 등 트럼프 일가가 일제히 등장했다. 부통령 후보인 J.D밴스 공화당 상원의원을 비롯해 선거기간 내내 트럼프와 ‘브로맨스’를 드러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함께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트럼프를 도울 핵심 인물임을 시사하는 장면이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선거의 밤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미국을 ‘치유’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AFP)
격전지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펜실베이니아 차지하며 당선 확정

이변은 없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텃밭인 주에서 226명의 선거인단을 그대로 가져갔다. 아이오와주에서 카멀라 해리스 전 대통령이 ‘깜짝 이변’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은 ‘희망 사항’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승패를 좌우할 7개 경합주 중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서 개표 내내 우위를 지켰고 결국 모두 가져갔다. 여기에 선거인단 19명인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까지 거머쥐면서 ‘매직넘버 270’을 사실상 확보했다. 여기에 ‘블루월’ 지역인 위스콘신, 미시간 지역마저도 트럼프가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오전 5시기준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최종적으로 312명, 해리스가 22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의 압승이다.

트럼프가 내세운 ‘마가(MAGAㆍ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 구호는 현실이었다. 백인우월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 미국 예외주의가 결합한 ‘마가’는 미국에 깊숙이 자리 잡았고, 지지층들은 환호했다.

흑인·히스패닉 남성 ‘반이민’ 지지…경제이슈도 핵심 지지요인

특히 트럼프가 강력히 내세운 반이민은 백인뿐만 아니라 흑인·히스패닉 남성 유권자에게 상당히 공감을 얻었다. 미 언론사들이 실시한 전국 단위 출구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조지아주에서 흑인 남성들로부터 20% 정도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지아에서 11%, 노스캐롤라이나에서 7% 의 흑인 남성 표만 얻었던 점을 고려하면 두배 가량 지지가 늘어난 것이다.

히스패닉 남성 유권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에서 태어난 히스패닉계를 비롯한 상당수 라틴계 유권자는 이런 초강경 반(反)이민 메시지를 ‘자신에 관한 이야기’라고 여기지 않았다. 이미 미국에 안착한 만큼 라틴계들이 추가로 들어와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하거나 문제를 일으킬 경우 자신들의 지위가 오히려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특히 바이든 정부 때 치솟은 인플레이션 등 경제문제는 트럼프 지지층의 주요 이슈였다. 트럼프는 선거 내내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해리스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재발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 문제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지지자들은 트럼가 강한 경제를 다시 되찾을 것이라고 믿었다. 실제 CNN출구조사에서 트럼프에 투표한 이들은 경제(51%)문제를 가장 큰 지지 이유로 꼽았다. 응답자의 45%는 “4년 전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답했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하워드 대학교에서 열린 미국 부통령 겸 민주당 대선 후보 카말라 해리스 선거의 밤 행사에서 지지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AFP)
모교 하워드대 등장하지 않은 해리스…승복 선언은 다음날

바이든 대통령이 중도 하차하며 갑작스레 대선 후보에 올랐던 해리스는 선거 당일 밤에 별도 연설을 하지 않았다. 해리스 지지자들은 워싱턴DC에 위치한 해리스의 모교인 하워드대에서 개표 생중계를 시청했지만, 이날 끝까지 현장에 등장하지 않았고 지지자들도 승기가 기울자 일부는 눈물을 흘렸고,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 해리스는 6일께 승복 연설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치먼드 선대본부장은 해리스가 연설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아직 세야 할 표가 남아 있고, 모든 표를 셀 때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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