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보다 ‘여론’ 우선…갸우뚱한 축구협 감사결과 [김창금의 무회전 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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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 발표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감사관은 대표팀 감독 선임 규정 개정 요구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최근 라이벌 국가인 독일 출신의 토마스 투헬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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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댓글 보셨나요?”
5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 발표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감사관은 대표팀 감독 선임 규정 개정 요구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감사는 “감독하고 검사함”이라는 네이버 국어사전의 정의대로, 규정의 준수 여부만 따지면 된다. 익명에 기반을 둔 댓글은 신뢰할 수도 없고, 감사와는 무관하다.
하지만 이날 감사관은 “국민 여론” “비판” “실망” “홍역” 등 대중 정서를 반영하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축구협회를 향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바람직한 판단”을 요구하는 등 감사 결과의 정당성 기반을 외부 조건에서 찾았다.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표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문체부는 대표팀 감독 선임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고, 해법을 예시하면서 “치유”라는 은유를 사용했다. “치료하여 병을 낫게한다”는 이 단어 역시 감사 용어로 적정한지 의문이다.
이렇게 가치나 견해가 들어간 언어가 빈발하는 것은 이번 감사가 협회의 구조적 문제보다는 여론에 의해 출발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 예로 문체부는 향후 대표팀 감독을 추천하는 전력강화위원회 운영 개선안으로 의사·의결 정족수라는 개념을 꺼냈다.
하지만 대표팀 감독을 투표나 선거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보편적이지 않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최근 라이벌 국가인 독일 출신의 토마스 투헬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외신은 “마크 벌링엄 전무와 존 맥더모트 기술위원장이 뽑았다”고 보도했다. 일부 팬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선임 과정 자체가 논란이 되지 않았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축구협회의 고위직 몇 명이 감독을 선임한다. 철저하게 비밀이다. 한국의 월드컵 4강 비결을 다룬 저서 ‘히딩크 코리아의 진실’로 일본 최고 권위의 미즈노 스포츠라이터상을 수상한 재일동포 신무광은 “일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2000년 말 거스 히딩크 감독 영입을 주도한 이는 이렇게 회고했다. “기술위원회 첫 모임부터 투표는 인정하지 않았고, 위원들의 의견을 끝까지 수렴해 후보를 정했다. 당시 시간이 촉박해 1순위 후보인 에메 자케와 2순위인 히딩크를 유럽에서 동시에 만났다. 자케가 포기하면서 히딩크 감독과 계약할 수 있었다.” 문체부의 현재 감사 기준 잣대로는 후보 순위와 다르게 히딩크 감독을 만난 기술위원장은 징계 대상이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문체부는 이번 감사에서 축구종합센터 국가 보조금 집행 실태의 문제와 협회 재원의 방만한 운영 등을 지적했다.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급한 지도자 라이선스도 취소하도록 했다.
하지만 노사가 합의한 근무 시간 단축 문제를 제기하고, 공무원 조직에 준해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게 타당한지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감독 선임의 경우 기업의 공채와는 성격이 다른 전문 영역으로, 축구인들의 전문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체부는 “국제축구연맹도 이번 감사를 인정할 것”이라고 했지만, 공직유관단체라는 말 자체가 피파의 자율성 중시 정관과 어긋난다.
체육계는 정부의 지원에 크게 의존한다. 하지만 국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금언을 수시로 깨왔다. 이번 감사도 정치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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