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첫 한국계 상원의원
미 국회의사당에 가면 걷는 뒷모습만 봐도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구별이 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그 정도로 상원의원 위세가 대단하다는 뜻이다. 미 상원은 연방정부의 임시예산안 의결권을 갖고 있으며, 대통령이라 해도 상원 동의 없이는 장관 한 명조차 임명할 수 없다. 이렇다보니 미국 상원의원들은 스스로를 웬만한 나라의 국가원수급으로 여긴다고 한다.
앤디 김 미 연방 하원의원(민주당)이 5일(현지시간)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상원에 입성했다. 상원의 위상을 감안하면 재미 한국계 공동체에 큰 경사라 할 수 있다. 그는 “50년 전 전쟁으로 인한 가난과 소아마비로 고생했던 저의 아버지는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미국으로 왔다”면서 “그 이민자의 아들이자 공립학교 학생 출신이 상원의원이 될 줄 상상하지 못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 아시아계 소수인종인 그가 상원에 도전하는 길은 쉽지 않았다. 민주당은 뉴저지에서 약 18년 동안 상원의원으로 군림한 밥 메넨데스 의원이 부패 사건에 연루돼 당적을 잃자, 당내 입지와 조직력·자금력이 탄탄한 다른 후보를 그 자리에 밀어넣으려 했다. 앤디 김은 이러한 관행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지도부의 동의 없이 담대하게 경선에 출마했고, 당원들의 지지로 당당히 후보 자리를 따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격조 높은 태도도 회자된다. 경쟁자인 공화당 커티스 버쇼 후보가 TV토론 도중 현기증을 느끼며 비틀대자 앤디 김은 재빨리 그를 부축하며 곁을 지켰다. 버쇼 후보 역시 앤디 김이 북한 인공기 모양의 넥타이를 맸다는 근거 없는 비난에 시달리자, “누군가의 배경이나 외모에 근거한 비방에 반대한다”면서 “나는 그와 정책적 견해가 다르지만, 그는 좋은 사람이고 공직에 삶을 헌신해온 애국적 미국인”이라고 옹호했다.
앤디 김은 2021년 1·6 의사당 폭동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난장판이 된 의사당에 새벽까지 혼자 남아 묵묵히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트럼프의 귀환’으로 미국의 분열상이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그가 통합과 포용의 가치를 보여주는 품격 있는 정치인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정유진 논설위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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