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 협박'에 몸살→드디어 복귀한 8인, 사령탑 "고생했다, 이제 더 잘해야지" 격려 [이천 현장]

이천=안호근 기자 2024. 11. 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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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이천=안호근 기자]
두산 김인태가 6일 마무리 캠프에 합류해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장에 유난히 더 활기가 띄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려버린 선수들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1일부터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2024년 마무리 훈련을 펼치고 있다.

이날은 유독 뜻 깊은 날이었다.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팀 훈련도 소화하지 못했던 선수들이 모두 훈련장에 다같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초반 두산 선수들 8명이 팀 훈련에서 제외됐다. 오재원의 협박과 폭력 등에 못이겨 수면제를 대리 처방 받은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선수들은 경기 출전은 물론이고 2군에서조차 팀 훈련에도 나서지 못했다. 자율적 훈련을 이어가며 스스로 몸 관리를 해야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검찰은 대리처방을 받았던 선수 중 2명을 약식 기소했고 나머지 피의자 중 죄질이 중하지 않은 3명에게 보호관찰소 선도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9명에게는 교육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약식기소된 두 선수는 지난달 31일 300만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타격 훈련에 나서고 있는 장승현.
KBO가 후속조치에 나섰다. 지난 4일 KBO는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두산 김민혁, 김인태, 박계범, 박지훈, 안승한, 이승진, 장승현, 제환유 등 8명에 대해 KBO 규약 제151조(품위손상행위)에 근거해 사회봉사 80시간의 제재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KBO는 "선수들이 선배 선수의 강압과 협박에 의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 구단의 조치로 시즌 대부분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점,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수한 점 등을 고려해 이와 같이 제재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100경기 이상 뛰지 못했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결과적으로는 사회봉사만 이수하면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게끔 처분이 내려졌지만 그동안의 잃어버린 경기 감각 회복과 그 시간은 온전히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몫이 됐다.

이와 관련한 교육을 이수했고 KBO 상벌위에도 다녀온 이들은 6일에서야 완전체로 팀 훈련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 중 안승한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구단 스태프로서 새롭게 마무리 훈련에 참가하게 됐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이들의 합류에 대해 "저에겐 너무나 긍정적으로 다가올 것 같고 핵심 전력이라고 하긴 어려울 수 있지만 팀에 정말 필요한 선수들이었다"며 "그 선수들이 거의 100경기 이상 빠지면서 팀 전력이 많이 손실이 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계범이 마무리 훈련에 합류해 티 배팅 훈련을 하고 있다.
이어 "시즌 중이었고 너무나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리지 못했는데 그 선수들이 돌아오고 사회봉사 80시간만 마치면 모든 게 해결되는 상황"이라며 "팀에 돌아와서 내년에 좋은 효과를 나타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모든 게 끝났으니 그 선수들도 걱정은 털어버리고 올해까지 하지 못했던 야구를 마음껏 펼치면 좋겠다"고 독려했다.

이승엽 감독은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선수들을 독려했다. "'다 끝났으니 이제는 더 잘해야지,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그 입장이 돼보지 않았지만 선수들은 말도 하지 못하고 얼마나 힘들었겠나. 옆에서 지켜보는 저희도 힘들었는데 본인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도 있고 자녀가 있는 선수들도 있다. 힘들었을 것이기에 이제 본인들이 하고 싶은 야구를 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다만 그러한 시선이 특별한 배려로 이어질 순 없다. 이 감독은 "기회는 평등하다. 그 선수들이 1년 고생을 했다고 더 기회를 주고 이런 건 없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거의 100경기 이상 빠져 있었기 때문에 (경기력 회복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100경기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50경기, 30경기, 10경기로 줄이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발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나타냈다.

타격 훈련을 하는 김민혁.

이천=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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