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양형, 시대정신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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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개×× 죽여버리고 싶은데 얼마 물어주면 되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질문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최근 동물학대 처벌 강화를 위한 양형기준안 초안을 신설했다.
양형기준 수정·신설 필요성은 비단 동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20년 6월 'N번방 사건' 이후 양형위는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을 수정했지만 허위영상물을 반포해도 징역 6개월~1년6개월, 가중돼도 10개월~2년6개월에 그쳐 범죄를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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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개×× 죽여버리고 싶은데 얼마 물어주면 되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질문이다. 동물을 생명체가 아닌 '물건'으로 인식하는 데서 기인한 발언이다.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간주돼 사유재산 취급을 받는 만큼 동물학대 범죄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대표적인 범죄였다. 지난해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중 실형이 선고된 비율은 10%가 안 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최근 동물학대 처벌 강화를 위한 양형기준안 초안을 신설했다. 동물을 죽일 경우 최대 징역 3년, 다치게 할 경우 최대 2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확정은 내년 3월이지만 그동안 가벼운 처벌에 그쳤던 동물학대 범죄를 근절하고자 하는 법원의 의지가 담긴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양형기준 수정·신설 필요성은 비단 동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딥페이크 등 디지털성범죄가 대표적이다. 2020년 6월 'N번방 사건' 이후 양형위는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을 수정했지만 허위영상물을 반포해도 징역 6개월~1년6개월, 가중돼도 10개월~2년6개월에 그쳐 범죄를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날로 지능화되는 디지털성범죄 확산 속도에 맞춰 새로운 양형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교제폭력은 더 심각하다. 현재는 이를 위한 별도의 양형기준이 없어 비교적 관대한 처벌이 내려진다. 교제폭력은 피해 당사자를 넘어 그 가족의 몸과 마음까지 파괴하는 중대 범죄다. 이별을 통보한 연인을 살해하고 그의 모친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김레아 사건'은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2021년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연인의 집에 찾아가 그 모친을 살해하고 동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이석준 사건' 역시 더 이상 남 일이 아니다.
법원조직법에 의하면 양형기준은 공정과 객관성을 바탕으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양형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국민들은 구멍 난 양형기준이 공정하지 않고, 신뢰할 수도 없다고 토로한다. 피해자들의 영혼을 어루만질 수 있는 양형기준이 바로 섰을 때 사법부를 향한 신뢰도 회복될 수 있다.
[박민기 사회부 mkp@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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