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돌아온 트럼프 시대, 파고에 대처하려면

2024. 11. 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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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도널드 트럼프 대세론을 인정할 수도 감내할 수도 없었던 미국 주류 언론과 미국의 많은 동맹국들은 석 달 전 흑기사로 등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그들을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라는 악몽에서 구원해 주기를 학수고대해 왔으나, 그들의 기대는 단지 희망사항으로 끝났다.

많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비판하고 우려하나, 그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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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도널드 트럼프 대세론을 인정할 수도 감내할 수도 없었던 미국 주류 언론과 미국의 많은 동맹국들은 석 달 전 흑기사로 등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그들을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라는 악몽에서 구원해 주기를 학수고대해 왔으나, 그들의 기대는 단지 희망사항으로 끝났다.

선거 막바지 며칠간 나타났던 해리스 후보의 막판 반등도 금년 10월 초 다시 시작된 트럼프 우세론의 대세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선거 결과를 통해 선거인단 숫자로 드러난 트럼프 우세론의 실체는 여론조사 결과를 훌쩍 뛰어넘는 압승에 가까운 승리가 될 전망이다.

이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와 제2기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은 단지 악몽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이젠 흑기사가 세상을 구해 주리라는 꿈을 접고 냉철하게 그에 대한 진지한 대처를 준비해야 할 때다. 그간 트럼프 후보가 선거유세 과정에서 거론했던 주된 비판 대상 중 하나인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시아에서 한국이 중국 다음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타깃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와 관련한 한국의 안보상 우려는 세 가지다. 첫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유세에서 거듭 언급하고 있는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증액 문제다. 둘째는 한국 정부가 이에 불응할 경우 주한미군을 대폭 감축할 가능성이다. 특히 미 지상군 전투부대의 전면 철수 가능성이 주목된다. 셋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제3차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국익에 어긋나는 합의를 할 가능성이다.

그러나 그런 우려 사항들이 우리가 맞게 될 변화의 전부는 아니다. 트럼프의 귀환이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긍정적 측면들도 있다. 첫째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전쟁과 디커플링(decoupling) 정책 강화로 중국이 배제된 블루오션에서, 한국이 중국에 빼앗겼던 제조업 수출경쟁력을 회복할 가능성이다. 둘째는 유럽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예산 증액 압박과 유럽 주둔 미군 감축으로 한국의 방산수출이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다. 그 밖에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에 유연한 입장을 취하리라는 일각의 기대도 있으나, 현실적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많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비판하고 우려하나, 그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세계 모든 나라는 기본적으로 자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며 그 면에서는 한국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나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맹국에 요구하는 것은 '미국이 동맹국에 안보 지원을 제공하는 만큼 동맹국도 이에 상응하는 기여를 미국에 제공하라'는 것이다.

제2기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에 몰고 올 파고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두 가지다. 첫째는 아직도 중국과 미국 사이를 방황하는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에서 탈피해, 대중국 전선에서 미국과 행동을 함께하는 자유민주 진영의 확고한 일원이 되는 일이다. 둘째는 미국의 대한국 안보지원에 대해 상호주의 차원에서 국력과 경제력에 상응하는 책임과 비용을 부담하는 동맹전략의 선택이다. 만일 그것이 어렵다면, 미국의 안보지원 축소를 감내하고 자주국방 강화의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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