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별난 이름 이야기

2024. 11. 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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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지인들과 한양도성 둘레길을 걸었다.

동대문의 본래 이름은 흥인지문(興仁之門)인데 사대문 중에서 동쪽에 있다고 해서 흔히 동대문으로 불린다.

1970년대 말 국회부의장을 지낸 고흥문(高興門)의 이름은 그의 조부가 지었다.

동대문을 태몽으로 꾼 그의 조부는 동대문의 본래 이름인 흥인지문에서 양 끝 두 글자 '흥문'은 손자의 이름으로, 가운데 두 글자 '인지'는 손자의 호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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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지인들과 한양도성 둘레길을 걸었다.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출발에 앞서 우리 일행은 동대문 앞에 모였다.

동대문의 본래 이름은 흥인지문(興仁之門)인데 사대문 중에서 동쪽에 있다고 해서 흔히 동대문으로 불린다.

1970년대 말 국회부의장을 지낸 고흥문(高興門)의 이름은 그의 조부가 지었다. 동대문을 태몽으로 꾼 그의 조부는 동대문의 본래 이름인 흥인지문에서 양 끝 두 글자 '흥문'은 손자의 이름으로, 가운데 두 글자 '인지'는 손자의 호로 지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의 부친은 대한제국 중추원 의관을 지낸 윤치소(尹致昭)이며, 조부는 대한제국 육군 참모장 등을 지낸 윤영렬(尹英烈)이다.

영렬의 형은 병조판서 등을 지낸 윤웅렬(尹雄烈)인데 이들의 부모는 '영웅(英雄)'에서 한 자씩 따서 두 아들의 이름을 지었다.

백병원과 인제대 설립자인 백인제는 4형제였다. 첫째는 백용제(白龍濟), 둘째는 백봉제(白鳳濟), 셋째는 백인제(白麟濟), 넷째는 백붕제(白鵬濟). 4형제 모두 용, 봉황, 기린, 붕새 등 신령스러운 동물 이름을 하나씩 이름에 넣어서 지었다.

고시조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은 삼경일 제'의 작자이자 고려 후기의 문신 이조년은 5형제였다. 그의 부친은 5형제의 이름을 모두 숫자에서 따와 지었다.

첫째는 이백년(李百年), 둘째는 이천년(李千年), 셋째는 이만년(李萬年), 넷째는 이억년(李億年), 다섯째는 이조년(李兆年)이다. 이조년 형제처럼 숫자로 이름을 지은 사례가 또 있다. '서유견문'을 지은 유길준은 아들 4형제를 두었다. 1914년 9월 30일 그가 사망하자 이튿날 매일신보에 부음 광고가 실렸는데, 여기에 네 아들의 이름이 나란히 실렸다. 첫째는 유만겸(兪萬兼), 둘째는 유억겸(兪億兼), 셋째는 유조겸(兪兆兼), 넷째는 유경겸(兪京兼).

충무공 이순신 장군 형제의 이름도 나름 독특하다. 그의 부친은 네 아들의 이름에 고대 중국의 성인으로 알려진 복희(伏羲)씨, 요(堯) 임금, 순(舜) 임금, 우(禹) 임금의 이름자를 하나씩 넣어서 지었다. 그래서 첫째는 이희신(李羲臣), 둘째는 이요신(李堯臣), 셋째는 이순신(李舜臣), 넷째는 이우신(李禹臣)이다.

이번엔 중국 고대 왕조의 이름을 따서 지은 사례도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외교부장을 지낸 조소앙의 본명은 조용은(趙鏞殷)이다.

그의 부친은 중국 고대 왕조인 하(夏)·은(殷)·주(周)·한(漢)·진(晋)·원(元)에서 따 아들 6형제의 이름을 조용하(趙鏞夏)·조용은(趙鏞殷)·조용주(趙鏞周)·조용한(趙鏞漢)·조용진(趙鏞晋)·조용원(趙鏞元)으로 지었다. 요즘처럼 아이를 하나 낳는 세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다.

[정운현 한국문화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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