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부족 강원, 이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7-1. "외국인='노동력'으로 보는건 아닌가"-지상좌담회

김영희 2024. 11. 6. 17:3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구절벽 위기라고 하니 외국인 정착 고민”
“일정기간 노동 가능·사업장 이동 불가, 미등록 양산”
“이주민 이탈의 원인은 환경과 급여”
“외국인 정책 방향, 노동력 아닌 사람으로 이해해야”
“강원 지역 인력 유치 대응책 적극 마련해야”
“임금체불 만연, 방지 위한 규정·교육 절실”

강원도내 모든 지역에 등록 외국인의 20% 이상으로 미등록 외국인노동자가 실재한다고 한다. 숙련기능공뿐만이 아니라 이미 함께 살고 있는 미등록 외국인들이 강원도를 움직이게 하는 한축이 돼 있다. 고령화, 출생률 저하로 한국사회가 인구절벽 위기라고 평가한지 한참 지나 이제 모든 지자체가 외국인의 지역정착, 정주를 고민하고 하고 있다. 이는 숙련된 노동력을 들여오는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다.

관련 전문가들은 숙련된 노동자를 유입시키는 것은 다른 나라와 경쟁해야 하는 과제이고, 이미 함께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고, 개선해야 하는 것은 당면 과제라고 말한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외국인들을 단지 ‘노동력’으로 보고 있지 않은지, 이미 더불어 살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 사진 왼쪽부터 엄한진 교수, 허목화 연구위원, 최복규 센터장.

 # 지상좌담회 참석자 : 엄한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허목화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 최복규 강릉시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장


■ 미등록외국인 노동자가 증가 감소를 반복하면서도 결국 급증했다. 이들이 국내에 증가하는 원인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한다면.

엄한진 교수= 상대적으로 짧은 이주민 수용의 역사를 고려할 때 전체 체류 외국인 260만명의 16%인 43만명 정도의 미등록 이주민 수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은 미등록 문제가 중요한 사회문제가 됐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최근 미등록 이주민의 수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컸다. 입국 제한 조치로 합법적 이주노동자가 국내로 들어오지 못해 그 수가 감소한 반면 체류자격을 연장하지 못하거나 합법적 체류기간을 초과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적인 요인 외에도 이주민 수급정책이라는 제도적인 요인이 미등록 이주민의 수를 늘리는데 기여했다. 여전히 일정 기간만 한국에서 일할 수 있고, 업종이나 사업장 이동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많은 외국인을 불법 신분으로 내몰고 있다. 외국인 관련 정책에서 정부가 주로 사용하고 언론도 동조하는 ‘통제되지 않은 이민’이라는 표현이 주는 위험한 이미지와 달리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은 이동의 자유가 극도로 제한돼 있다.

허목화 연구위원= 최근 서울시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이탈이 크게 이슈가 됐다. 이들이 미등록외국인이 될 것을 감수하면서도 무단이탈한 원인은 숙소 통금시간,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임금이 낮다는 점 등이었다. 강원지역의 단기간 일하는 농업 분야 계절 근로자의 이탈도 더 나은 환경과 급여를 찾아 떠나는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농촌 계절 근로자 모두 노동력 부족이라는 지자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발했다.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를 “노동력”으로만 인식하고 있지 않은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복규 센터장= 늘 그래왔듯이, 가장 주요한 원인은 일자리다. 예나 지금이나, 어느 땅을 막론하고 일자리를 찾아 생존하기 위해 이주하는 것이 이민의 본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주목받는 이유로 급속한 민주화와 경제발전으로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고, 임금체계도 나아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부가적으로 동계올림픽, 한류 등으로 또 한번 인지도가 높아진 것, 전쟁 등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에 자녀 양육을 위한 선택지로 평가받는 것으로도 보인다.


■ 법무부가 2027년까지 적용되는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에서 미등록 외국인 단속만 지나치게 강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엄한진= 최근 중앙정부의 외국인 정책은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은 외국인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우수한 인재를 파격적인 대우를 하면서 유치하고 우수유학생이 학위 취득 후 한국에 남게 하려는 유인책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외국인 불법고용주 제재 강화, 불법 직업소개 근절 등 미등록 이주민을 겨냥한 대책이나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누구는 구애의 대상이고 누구는 관리의 대상이 되는 이주민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는 한국사회의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체류자격 여부를 떠나 외국인력의 존재가 절실한 기업이나 농가 등 현장의 요구와 괴리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엘리트 못지않게 평범한 노동자들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최복규= 법무부의 계획은 크게 두가지로 미등록 외국인을 추방하는 것과 숙련기능공을 확대·유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민정책이라고 볼 수는 없고, 경영자에게 더 수월한 노동력을 제공하겠다는 것과 감시와 통제를 통해 외국인노동자를 도구화하는 것과 다름없다. 외국인정책의 방향은 노동력이 아니라 사람으로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도내 모든 지역에 등록된 외국인의 20% 이상의 미등록 외국인노동자가 실재한다. 숙련기능공뿐만이 아니라 이미 함께 살고 있는 미등록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움직이게 하는 한축이 돼 있다. 숙련된 노동자를 유입시키는 것은 다른 나라와 경쟁해야 하는 과제이고, 이미 함께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고, 개선해야 하는 것은 이미 진행되고 있어야 하는 당면과제다.

▲ 농업현장 고령화가 진행 중인 강원도내 한 농가에서 어르신들이 고구마를 수확하고 있다. 노동력이 있다면 미등록외국인이라도 고용해야 농업을 지속할 수 있는 농촌의 모습은 더이상 낯설지 않다.

■ 강원지역 산업 특성상 단기간 일하는 농업 분야 계절 근로자를 고용허가제로 전향하기엔 현실적 어려움이 있을 듯한데.

허목화= 농업분야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은 ‘파종기·수확기 등 계절성이 있어 단기간·집중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농어업 분야에 합법적으로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는 제도’다. 법에서는 농업과 어업에 해당하는 90일을 초과하지 않는 작업에서만 계절 근로를 허용하고 있고, 90일 초과 작업에 대해서는 고용허가제를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지역의 수요에 따라 단기간 일하는 농업분야 계절 근로자를 고용허가제로 전환하기에는 이들이 일하는 사업장이 영세하고, 실제 1년 동안 고용할 여건이 안 된다는 문제가 남아있다. 농업분야 계절 근로자를 고용허가제로 모두 전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계절 근로자가 더 나은 환경, 급여 때문에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가 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현재의 시점에 더욱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최복규= 국내 인력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로부터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비전문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가 고용허가제인데, 외국인 노동자는 송출국가의 대한민국 공관으로부터 비전문취업사증을 발급받아서 매칭되고, 고용 허용 업종도 정해져 있다. 농축산업 관련은 작물재배업, 작물재배 및 축산 관련 서비스업으로 규정돼 있다. 1차 한국어능력시험, 2차 기능시험 및 직무능력 평가를 통과해야 하며 신체 특이사항에 대한 면접과 체력, 기초기능도 통과해야 한다. 계절근로자의 경우 3개월에서 8개월까지 단기간 농번기에 일손을 거드는 농업노동자인데 사용자 측도 외국인노동자도 고용허가제로 계절근로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로 생각한다. 다만 단기간의 계절근로 후 고용허가제 비숙련노동 체류자격으로 다른 산업으로 직장을 얻을 수 있다고 하면 양측 모두에게 환영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데 특별자치도에 대한 법무부의 예외 규정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불가능할 듯하다.


■ 강원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력 유치를 위해 어떤 정책을 도입한다면 이들이 이탈하지 않고 정착할 수 있을지.

엄한진=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지역소멸 문제가 부각되면서 이제는 지역의 인구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다. 이렇게 이들의 존재가 더욱 절실해진 지금 우리는 이들이 어떤 생각과 계획으로 한국에 오게 되었고 한국에 와서는 어떤 변화를 겪었으며 그래서 이제 이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역이 이들을 붙잡고 싶으면 그럴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지, 정주를 가로막는 요인은 무엇인지 검토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접하는 지원센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허목화= 경상북도의 경우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외국인 공동체과’를 신설했다. 외국인 공동체과는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 경북형 비자센터 설치와 운영, 외국인 정책 개발, 외국인 근로자 상담, 문화 체육활동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도 외국인 주민통합지원센터를 건립하여 법률, 문화, 교육, 외국인 키원 및 커뮤니티 공간 마련 등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다른 지자체와 같이 외국인 노동자를 인구소멸이 직면한 강원특별자치도의 주요한 인구유입 정책의 하나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최복규= 가장 먼저 자신의 신분에 위협을 받지 않고 안전하게, 일꾼·노동력·생산도구가 아니라 이 땅에 함께 발딛고 생존하고 생활하는 사람·이웃으로 인정하고, 그들도 일해서 돈을 벌어야 먹고 살고, 가족도 부양하고, 본국에 있거나 함께 거주하고 있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합법적으로 일하고, 합법적으로 양육하며, 아프면 병원에서 경제적으로 치료받고, 좀 더 안전한 주거지에서 살 수 있도록 강원도 차원에서 지원체계가 설계되면 될 것 같다. 강원도의 외국인정책은 이제 막 시작단계다. 늦게 시작한 만큼 기회도, 가능성도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강원도의 외국인정책 마스터플랜이 잘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체불액이 지난 2022년 기준 1215억원에 달한다. 미등록 이주 노동자의 임금체불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은.

허목화= 미등록 노동자도 임금체불 피해를 당한 경우 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다. 다만 이들이 신고할 경우 출입국사무소에 신고되어 추방의 위험이 있다는 점이 문제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이와 같은 사례를 고려하여 미등록 이주 노동자의 임금체불 권리구제 방어권 보호를 위해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 내용은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통보 의무 면제에 해당하는 업무 범위에 임금체불 피해 등 노동관계 법령 위반에 대한 ‘지방고용노동청의 조사와 근로감독’을 포함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다.

최복규= 강릉시 외국인 센터의 경우도 직장 관련 상담요청은 거의 모두 임금체불 건이다. 현재 임금체불을 막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직접적인 방안은 지원기관, 중간지원조직을 만드는 것이고, 저희 같은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든 외국인주민지원센터가 모든 시군에 생겨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더 근본적인 방안은 또 역시 미등록 외국인노동자에게는 권리를 주는 것, 등록된 외국인노동자들에게는 그들의 권리가 한국의 노동자들과 동일하다는 것을 교육하는 것이다. <계속>
정리=김영희·신정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외국인 #미등록 #노동자 #노동력 #근로자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