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으로 칠한 푸른 단색화…인간 욕망의 단상을 끌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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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마린 색에는 다른 파란색에 없는 약간의 광기 같은 게 있어요. 거기서 저는 욕망을 본 거죠."
전시 공간을 전부 파란색 캔버스로 가득 채운 단색화가 김춘수(67)는 형광을 떠올리게 하는 쨍한 청색의 '울트라-마린' 연작이 인간의 다양한 욕망과 맞닿아 있다고 했다.
'울트라-마린'(2024) 연작은 얼핏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저마다 다른 밀도와 구성으로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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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
전시 공간을 전부 파란색 캔버스로 가득 채운 단색화가 김춘수(67)는 형광을 떠올리게 하는 쨍한 청색의 ‘울트라-마린’ 연작이 인간의 다양한 욕망과 맞닿아 있다고 했다. 그의 ‘울트라-마린’ 신작 10여 점을 선보이는 ‘김춘수 개인전: 砥柱中流 지주중류’가 오는 12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리안갤러리에서 여는 첫 개인전이기도 하다.
전시작들은 1980년대부터 작가가 이어온 푸른색 계열의 작업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모두 붓이 아닌 손으로 그린 단색화로, 장갑 낀 손으로 캔버스 위에 얇게 물감을 쌓아 올려 독특한 질감과 깊이감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지난해 선보였던 ‘울트라-마린’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면 일렁이는 윤슬처럼 표현된 마티에르(표면의 질감)가 한층 더 강조됐다.
‘울트라-마린’(2024) 연작은 얼핏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저마다 다른 밀도와 구성으로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펼친다. 예컨대 ‘울트라-마린 2416’은 캔버스가 촘촘하고 균일하게 채워져 깊은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반면, 같은 크기의 캔버스에 그려진 ‘울트라-마린 2421’은 이보다 더 성기게 칠해져 파도가 부서지는 얕은 바다를 연상시킨다.
다만 김 작가는 작품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파란색이다 보니 어떤 분은 여기서 바다 물결 같은 걸 보실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그 분의 마음이고 사실은 그냥 물감이 칠해져 있을 뿐”이라며 “어떻게 보면 이 그림들은 내가 만든 게임이나 페이크 같은 것이다. ‘그림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한 번 같이 생각해 봅시다’ 하고 유도하는 일종의 장치”라고 설명했다. 즉, 그림을 통해 욕망과 같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명상을 이끌어내고자 한 것이다.
그가 붓을 쓰지 않고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도 작품에서 작가 자신을 덜어내고 관객의 참여를 더욱 이끌어내고자 함이다. 김 작가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니 내가 너무 드러났다. 그 한계를 뛰어 넘고 싶은 생각에 붓을 버리고 손으로 그렸더니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며 “오른손잡이가 갑자기 왼손을 쓰는 것처럼 일부러 어려운 조건으로 나를 내몰았다. 반복적인 수행을 통해 작품과 나를 일치시키는 실천적 행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시 제목의 지주중류(砥柱中流)는 중국 황허강 중류의 지주산이라는 뜻으로, 난세에도 의연하게 절개를 지키는 인물이나 그러한 행위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오로지 단색화를 통해 비움과 채움, 존재와 부재 등을 탐구해온 그가 미술계의 다양한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의연함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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