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보다 트럼프 지지 상승···현 정권 ‘심판론’ 작용한 듯[2024 미국 대선]

김유진 기자 2024. 11. 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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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초박빙 대결이었던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막상 개표가 시작되니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핵심 경합주 7곳 대부분에서 우위를 놓치지 않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특히 민주당 강세 지역인 ‘블루월(위스콘신·미시간·펜실베이니아)’을 2016년 대선 이후 8년 만에 다시 깨뜨리면서 대선 승리 교두보를 마련했다.

AP연합뉴스

AP통신은 6일 오전 2시30분 기준(한국시간 오후 4시30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인단 267명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14명을 확보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합주 가운데 선거인단 규모로 1·2위인 펜실베이니아(19명)와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각 16명)에서 승리했다. 남부 선벨트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서 초반 승기를 잡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입성이 근접해진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 승리에서 멀어지는 상황에 놓였다.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의 경우에는 본투표 개표 때 공화당이 강세를 보이다가 우편투표를 포함한 사전투표 개표가 시작되면 민주당이 우위를 점하는 이른바 ‘붉은 신기루’(red mirage)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조바이든 대통령이 0.2%포인트 차로 신승한 조지아를 다시 차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머지 블루월인 위스콘신(10명)에서는 개표 90% 진행 상황에서 51% 대 47%로, 미시간(15명)에서도 53% 대 46%로 앞서고 있다. 공화 강세로 분류되는 애리조나(11명)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표 57% 진행 상황에서 50% 대 48%로 우위에 있고, 네바다(6명) 역시 개표 73% 진행 시점에 52% 대 47%로 앞서고 있다.

이들 중 한 곳만 승리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의 과반인 270명을 확보한다. 현재 추세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개주에서 모두 이길 경우에는 31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게 된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겨뤘던 2016년 대선 당시 기록(306명)을 넘기게 되는 것이다.

특히 4년 전인 2020년 대선과 비교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부분의 지역에서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점이 주목된다. 폴리티코는 미국 전체 카운티 3144개 중 개표가 95% 이상 진행된 1300여곳 가운데 92%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2020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경합주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이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기울게 된 데는 현 정부 ‘심판론’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과 경기침체, 미 남부 국경을 통한 무단 입국자 급증 문제는 대선 레이스 내내 최대 쟁점으로 꼽혔다. CNN 출구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8%였고, 지지한다는 응답은 41%에 그쳤다.

민주당은 임신중지를 포함한 재생산권리 보호를 전면에 내세우며 여성 표 결집을 꾀했다. 온건 공화당 지지 성향 여성들이 주변에 말하지 않고 조용하게 해리스 부통령에 투표하는 ‘히든 해리스’ 표심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권자 약 30%를 차지하는 백인 여성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ABC 출구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 유권자 54%의 지지를 받아 트럼프 전 대통령(44%)을 앞섰지만,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받았던 지지(57%)에 미치지 못했다.

AP통신은 “트럼프가 민주당 지지층 연합을 약화시켰다”며 청년층, 흑인과 히스패닉 등 유색인 유권자 사이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가 2020년보다 늘었다고 전했다. 전국 11만5000명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AP보트캐스트 조사를 보면 30세 이하 청년 중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10명 중 5명으로,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힌 10명 중 6명보다 줄었다. 흑인의 경우에도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밝힌 이들이 2020년 10명 중 9명에서 8명으로, 히스패닉 유권자도 2020년 10명 중 6명에서 5명으로 줄었다.

또한 개표 결과 4년 전과 비교해 민주당 강세 지역들에서도 ‘보수화’ 흐름이 두드러졌다. 대표적 민주당 텃밭인 뉴저지의 경우 2020년 바이든·트럼프 득표율 차이가 16%포인트였으나 이번에는 4%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2020년 대선 이후 확실한 공화 강세 지역으로 이동한 플로리다는 20개 카운티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높아졌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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