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히든챔피언] 액체를 순식간에 고체로 … 배터리 화재 방지

박윤균 기자(gyun@mk.co.kr) 2024. 11. 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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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에어백과 안전벨트가 지금은 모든 자동차에 적용된 것처럼 우리 기술도 앞으로 모든 배터리에 적용돼 안전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으면 합니다."

혁신적인 배터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 세파이어테크놀로지의 존 리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창업 목적을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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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전지 스타트업 세파이어
美정부 기술이전 받아 상업화
전해질 변형해 폭발 원천차단
전기차 이어 항공·군사용 확장
HL 등 韓대기업도 투자 결정

◆ MK 히든챔피언 ◆

존 리 세파이어테크놀로지 대표가 배터리 화재 예방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인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에어백과 안전벨트가 지금은 모든 자동차에 적용된 것처럼 우리 기술도 앞으로 모든 배터리에 적용돼 안전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으면 합니다."

혁신적인 배터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 세파이어테크놀로지의 존 리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창업 목적을 이같이 밝혔다. 세파이어는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를 방지하는 원천기술을 보유했다. 운동 충격이 가해질 때 리튬이온 배터리 내 액체 상태인 전해질을 즉각 고체 상태로 변화하도록 첨가제를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배터리 내 양극과 음극 사이에 투과할 수 없는 장벽이 만들어져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

해당 기술은 미국 국가안보 기술의 원천인 에너지부 산하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에서 10년간 연구개발(R&D)을 거쳐 만들어졌다. 재미동포인 존 리 대표는 미국 국방부에서 무기계약을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일하다 미국 정부가 해당 기술의 민간 이전을 추진하자 회사를 창업해 배터리업계에 뛰어들었다. 미국 정부의 국가안보 기술을 상업화한 셈이다.

해당 기술이 배터리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최근 국내에서 문제가 된 전기차 화재가 원천적으로 방지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존 리 대표는 "리튬이온 배터리에는 많은 양의 에너지와 휘발성 물질이 포함돼 화재가 발생하면 매우 치명적인 결과가 나타난다"며 "세파이어의 기술력을 통해 충격이 발생해도 화재와 폭발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파이어의 기술력은 배터리와 전기차의 경량화에도 효과적이다. 존 리 대표는 "현재 전기차 제조업체는 충격이 발생했을 때 배터리가 변형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강철과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있다"며 "세파이어 기술을 활용하면 차량당 200파운드(약 90㎏) 이상 무게를 줄여 차량 성능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교체할 수 있는 '드롭인(Drop In)' 방식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전해질 제형, 배터리 화학물질과 호환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현재 세파이어는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상태에서도 원하는 대로 액체 상태 전해질이 고체로 변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존 리 대표는 "전기차뿐만이 아니라 항공·군사 분야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무인항공기, 방탄복 등에 적용할 수 있게 미국 국방부와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세파이어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겁다. 실리콘밸리의 유수 벤처캐피털(VC)들에서 1100만달러(약 152억원)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최근엔 800만달러(약 110억원)의 신규 자금을 유치했다. HL그룹을 비롯한 국내 기업도 투자했다. 존 리 대표는 "내년까지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고, 나스닥에 기업공개(IPO)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세파이어는 한국 배터리 제조회사는 물론이고 국내 방산기업과도 협업을 시작했다. 존 리 대표는 "미국 정부에서 국가안보용으로 개발된 기술을 상용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일본 같은 미국 동맹국에만 진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방산기업 역시 최근 급성장하고 있어 협업을 통해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과 협력 관계를 지속하고, 한국 정부와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지사를 조만간 설립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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