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현의 人터뷰] 강원도 홍천서 사과농사?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 길벗농장 길종각 대표

유승현 2024. 11. 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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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에서 사과가 자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기후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홍천사과를 실현해 낸 길벗농장의 길종각 대표를 만났다.홍천사과축제가 어느덧 9회를 맞이하며 명실상부 국내 사과 주산지로 홍천지역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축제 역시 지역농가들이 준비한 사과가 모두 매진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 홍천지역에서 최초로 사과농사를 지은 길종각 씨

■홍천에서 사과농사라니? 불가능을 현실로

길벗농장을 운영하는 길종각(62)씨는 2000년에 홍천으로 귀농해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인 2002년, 서석면에 사과나무를 심었다.

서울에서 대기업을 다녔던 그는 마흔살부터 농사를 짓겠다고 결심, 귀농학교를 다니던 중 만난 친구의 소개로 홍천에 정착하게 됐다. 그가 정착했던 시기만 해도 강원도 홍천에 사과농사는 생소했다. 기후상 경북 등 남부지방이 사과 주산지였기 때문이다.

종각 씨는 “제가 사과농사를 짓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들 안된다고 말렸어요”라고 농사 초기시절을 떠올렸다.

하지만 종각 씨는 ‘실패해도 좋다’는 생각으로 생업을 위한 과수원 작목으로의 사과 농사를 홍천지역 최초로 시작했다.

▲ 길종각 씨가 제9회 홍천사과축제장에서 애플사이더 시음회를 진행하는 모습.

현재는 기후변화로 농작물 재배지가 북상해 강원도에서 사과도 나고, 강릉 일부지역에서는 애플망고를 재배할 정도니 종각 씨의 선견지명이 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5년 첫 수확 당시, 상품과보다는 사과를 홍천에서 재배했다는 것에 의의를 뒀다. 그럼에도 맛이 좋아 지인 등을 통해 수확량 모두를 팔 수 있었다.

종각 씨는 “첫 수확은 제가 농사를 지었다기 보다 그냥 사과가 저절로 열렸고, 맛이 좋다는 구매자들의 반응으로부터 사과농사의 가능성을 봤어요”라며 웃음 지었다.

종각 씨는 상품과 생산에 주력하기보단 맛을 중시하고, 사과를 활용한 다양한 가공품 생산에 몰두했다. 판매 역시 대부분 직거래로 길벗농장의 사과 맛을 아는 이들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매년 재구매율이 높은 고객들에 의해 생산량을 대부분 ‘완판’한다.

특히 길벗농장 사과는 농약을 적게 쳐 ‘껍질째 먹는 사과’로도 유명하다.

▲ 홍천지역에서 최초로 사과농사를 지은 길종각 씨.

■기후변화로 북상한 사과 재배지, 홍천 사과농사 꽃 펴

그는 한 5년 전부터 기후변화를 체감했다. 사과 꽃 피는 시기가 홍로 품종의 경우 5월 초에서 4월 말로 일주일 정도 앞당겨졌고, 이에 따라 사과도 더 잘 열렸다.

홍천에서 사과재배 가능성이 확인되자, 2008년 8농가가 사과농사에 합세하기 시작했다. 종각 씨는 이들과 함께 2008년 홍천사과연구회를 만들어 초대회장을 역임, 6년간 회장을 맡으며 지역 사과농사 활성화에 기여했다.

8농가로 시작한 지역 사과농가는 현재 170농가가 넘는다. 2011년부터는 홍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사과농가 지원사업을 펼쳐 사과재배가 본격화 됐다.

이러한 민·관의 노력이 모아져 2016년 사과축제를 지역 최초로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매년 11월 첫째 주 사과축제가 자리를 잡았다. 올해로 벌써 9회째를 맞는다.

그는 군 농기센터의 6차산업 지원정책에 따라 2019년부터는 사과를 재료로 식초, 술을 만드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종각 씨는 사과농사를 시작했을 때처럼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관련 서적을 살펴보고, 직접 프랑스 농장을 견학하는 등 길벗농장만의 제조법을 연구했다. 식초 발효 통을 직접 설계할 정도였다.

▲ 길종각 씨가 운영하는 길벗농장의 애플사이더와 사과식초가 제9회 홍천사과축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습.

술의 한 종류인 애플 사이더는 2021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번 축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맛보고 구매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엔 지역 전통 옥수수술 ‘옥선주’ 복원을 시도하고, 사과 음료 제조, 체험 농장 등 끊임없는 도전을 펼치고 있는 그에게 앞으로 의 계획을 물었다.

종각 씨는 “지역농산물을 소비하고, 지역과 협업해 지역을 알리는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농업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유승현 yoos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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