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귀환] 美 금리인하 행진 ‘적신호’… 환율은 1400원 넘나들 듯
금리인하 지연 가능성… “이르면 12월부터 동결”
美 우선주의·무역 불확실성에 强달러 거세질듯
‘레드 스윕’ 현실화되면 환율 1400원 뚫을 수도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그가 당선인이 될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연방)의 금리 인하 행진이 멈출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건 막대한 규모의 재정정책과 관세 정책이 실현되면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 이유다. 당장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이지만, 12월부터는 동결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이미 1400원대에 근접한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넘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으로 강(强) 달러 흐름이 강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6원 급등하며 1396.2원에 마감했다.(3시30분 기준) 특히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환율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 美 금리인하, 12월엔 멈출수도… “인플레 압력 심화”
6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상당수 시장 관계자는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의 재정 적자가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말 일몰 예정인 감세 및 일자리법(TCJA) 연장 등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 법은 연방 법인세율을 15~35%에서 21% 단일세율로, 개인소득세율을 소득 구간별로 2~3%포인트 인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비영리 재정 연구 단체인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향후 10년 동안 늘어날 재정적자 규모를 7조5000억달러로 추산했다. 지난달 18일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2024 회계연도 재정적자 규모가 1조8330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4배 이상이 추가로 늘어나는 셈이다.
대규모 관세 부과도 현실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미국 전체 수입품에 대해 최대 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상품에 대해서는 60%를 부과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멕시코에 대해서는 불법이민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이 같은 트럼프의 재정·관세 정책은 물가를 치솟게 할 요인이다. 우선 미국 정부가 재정적자에 대응하는 과정에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채를 매입해 국채금리를 낮출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또 고율관세는 생산비용으로 전가돼 상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미국 무역위원회(USITC)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017~2021년 부과한 고율 관세는 수입가격으로 전가된 바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계는 잠시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11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까지는 금리가 인하되더라도, 12월부터는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할 경우 이르면 12월 FOMC 회의부터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연준이 정치적인 고려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금리 인하 사이클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 ‘레드 스윕’시 환율 상단 1400원 뚫을듯
미국의 고금리가 오래 유지될수록 달러는 강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특히나 트럼프 재집권과 함께 상·하원까지 공화당이 모두 장악하는 ‘레드 스윕’까지 현실화되면 환율 상단이 1400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직전 두 차례 미국 대선 직후에도 환율이 급등락한 바 있다.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맞붙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자 환율은 1129원에서 1157원까지 치솟았다. 트럼프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맞붙은 2020년 대선에서는 개표 초반 트럼프가 예상 밖 선전을 보이자 환율이 20원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는 내년 1월까지는 트럼프 경제정책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자산이 강세를 보이는 현상인 ‘트럼프 트레이드’도 환율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가 경합주에서 우세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된 지난달 25일에도 원·달러 환율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8.5원 오른 1388.70원을 기록한 바 있다. 3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국 중앙은행이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도 환율 불확실성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준이 지난 9월 19일(현지 시각) 금리를 인하하면서 ‘긴축 사이클 종료’의 신호탄을 쏜 후 유럽 중앙은행(ECB)은 인하 속도를 높였지만 호주 중앙은행(RBA)과 영국 영란은행(BOE) 등은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국에서 자국 우선주의가 극단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무역정책 쪽으로도 계속 불확실성을 키우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어 강달러 흐름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환율은 단기적으로 1300원 후반에서 일시적으로 1400원을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레드스윕까지 발생하면 금융시장 반응이 격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환율은 연말까지 평균 1385원 내외에서 1370~1420원 수준까지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현재로서는 환율이 1350원선으로 내려올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면서 “당분간 추가적인 상승 요인이 더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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