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혐의 중징계 결정…고의성은 인정안해

조해영 기자 2024. 11. 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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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T 택시. 연합

카카오모빌리티(카모)의 분식회계 혐의에 금융당국이 중징계를 결정했다. 택시 가맹사업을 하며 회계기준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 것이다. 이러한 분식회계가 ‘고의’로 이뤄졌다는 금융감독원의 애초 판단보다는 한 단계 낮은 ‘중과실’ 처분이지만, 관련 업무정보를 검찰에 넘길 예정인 만큼 검찰이 수사 중인 콜 몰아주기 의혹 등과 함께 카모의 사법리스크는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6일 오후 회의를 열고 카모의 분식회계에 대해 ‘중과실’로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카모 34억6천만원, 류긍선 카모 대표와 이창민 전 최고재무책임자(현 경영전략담당 부사장) 각각 3억4천만원 등 모두 41억4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업무정보를 검찰에 이첩하기로 결정했다. 이밖에 전 최고재무책임자에 대한 해임권고와 직무정지 6개월, 감사인 지정 2년 등도 의결했다. 당국이 추산한 카모의 3년간(2020∼2022년) 누적 분식 규모는 약 6천억원(연결 재무제표 기준)이다.

외부감사법상 조치양정기준은 위법행위의 동기에 따라 고의, 중과실, 과실로 나뉜다. 중과실은 위법사실이나 가능성을 알고도 위반한 고의보다는 한 단계 낮지만, 회계 과정에서 직무상의 주의 의무를 현저히 결여했다는 것이다. 고의 단계에서 가능한 검찰 고발과 대표 해임권고 등의 조치는 피하게 됐다.

다만 증선위는 “향후 수사 등 사법절차를 통해 사실관계가 추가로 밝혀지면 고의성이 확인될 여지도 있다고 봐 심의자료를 업무정보 송부 형태로 검찰에 이첩하기로 했다”며 “사법절차 진행 과정에서 회계처리기준 위반 고의성이 밝혀지면 증선위 직권으로 재심의해 추가 조치하는 것도 고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카모는 자회사 케이엠(KM)솔루션을 통해 가맹택시 사업을 하며 매출을 위법하게 부풀렸다. 케이엠솔루션은 운수회사(택시)와 가맹계약을 맺고 운임의 20%를 수수료를 받고, 카모는 운수회사와 업무제휴계약을 맺어 데이터 제공 등의 대가로 17%를 돌려주는 구조다. 카모는 회계처리 과정에서 20%를 매출에 반영했으나(총액법), 금감원은 업무제휴계약을 통해 운수회사에 돌려준 17%를 제외한 3%만 매출로 잡았어야 한다(순액법)고 봤다. 회계기준서(제1115호)는 둘 이상의 계약이더라도 하나의 상업적 목적으로 일괄 협상하는 등의 경우는 단일 계약으로 보고 회계처리하도록 한다.

이러한 구조를 고려하면 판단의 핵심은 △자회사가 낀 3자 간의 계약 두 건을 단일 계약으로 봐야 하는지 △업무제휴계약을 통해 운수회사가 제공한 데이터 등의 가치 △카모가 문제가 될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총액법을 선택했는지로 요약된다.

증선위는 약 반년 간의 논의 끝에 운수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은 케이엠솔루션이 카모의 대리인에 불과하고, 카모가 운수회사에서 받는 운행데이터 등에 대해 신뢰할 만한 공정가치를 산출하지 못했다고 봤다. 결국 가맹계약과 업무제휴계약이 사실상 단일 계약에 해당하고, 수수료의 일부를 돌려주는 근거가 됐던 데이터 가치에 대해서도 명확한 판단(공정가치)이 없었던 만큼 총액법이 아닌 순액법을 선택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처럼 회계처리의 위법성은 인정했지만 결정적으로 증선위는 금감원의 애초 판단과 달리 고의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카모가 2021년부터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면서 기업가치 산정의 근간이 되는 매출액을 뻥튀기할 의도로 부풀리기를 했다고 봤다. 카모 같은 플랫폼 기업은 사업 초기에는 이익을 내기 어려워 매출액을 기업가치 산정의 기초 지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당시 카모의 상장주관사 선정에서 입찰을 제안했던 증권사들 역시 매출액에 주로 기반해 공모가를 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증선위는 공모가는 매출액 외의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매출액에 적용되는 배수(멀티플)도 핵심요소이기 때문에 고의성을 단정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분식회계의 고의성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기업가치가 고평가될 경우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임직원들과 초기 투자자인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으나, 증선위는 이날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서 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멀티플이 영업이익률 등에 영향을 받는다는 게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견해였다”며 “스톡옵션 문제 등도 당연히 증선위에서 살펴봤지만, 매출액 증가가 높은 공모가로 이어진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고의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증선위원들의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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