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형제, 내일 그룹 '밸류업 전략' 발표…표대결 힘 받을까

홍효진 기자 2024. 11. 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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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 주요 안건/그래픽=윤선정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의 내홍이 심화되는 가운데, 형제 측이 그룹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3자연합과 형제간 세력 싸움에 불이 붙은 상황에서 오는 28일 임시주주총회 전 표심 잡기에 나서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임원진은 오는 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약품그룹의 중장기 밸류업(가치 성장) 전략을 발표할 계획이다. 형제(임종윤 이사·임종훈 대표) 측은 타 기업 M&A(인수합병)와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연구 개발 제휴, 바이오벤처 투자 등 향후 기업 전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형제 측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확대를 중점으로 하는 밸류업 계획을 공개할 계획으로 안다"며 "한미약품그룹의 기존 오가닉(Organic·해외 현지에 직접 법인 설립 등으로 내부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인오가닉(Inorganic·M&A나 지분투자 등 외부 동력을 통한 경쟁력 강화) 전략까지 펴야 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이 제시할 그룹 성장 전략이 주총 표심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이사 수를 기존 10명(정관상 가능한 최대 이사 수)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개정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임 부회장의 이사 선임 등 안건이 상정돼 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도는 형제 측 5명과 3자연합 측 4명으로 형제가 우위에 있다. 정관 개정은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3자연합 측 지분이 형제 측보다 높긴 하지만 출석주주 수를 예측하긴 어렵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연대가 3자연합 지지의사를 밝힌 뒤 철회한 상황에서 형제 측이 제시할 그룹 비전안의 내용이 상당히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부터 시작된 모녀(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양측 세력 대결로 재점화된 양상이다. 앞서 지난 4일 3자연합(신동국 회장+모녀) 측의 한미약품을 제외한 한미약품그룹 내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공동성명을 발표, 형제 편을 들면서다. 성명에는 올 초 OCI와 통합안 발표 당시 모녀 편에 섰던 임해룡 북경한미약품 총경리와 송 회장 추천으로 OCI 산하 부광약품 대표로 내정됐던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연대의 운영진과 주주 간 내부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룹 임원진까지 분열된 모습이다.

계열사 대표진은 "대주주 일가의 상속세 문제에 외부 세력이 개입하며 대주주 가족 간 단합이 해쳐지고 한미그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그룹 내 일부 임직원까지 실체가 불분명한 독립경영을 외부에 선언하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지주회사에 위임해 온 업무를 독립시키고 한미약품 내 조직을 별도 신설, 독립경영을 발표하면서 내부 갈등을 초래했단 것이다.

이에 박 대표는 "독단적인 오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계열사 대표들의 갈등과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며 "한미약품의 독자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는 더욱 굳건해야 한다. 한미약품그룹 매각 시도를 중단하라"고 즉시 반박했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측의 공식 입장에 대해선 추가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제약 업계는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이 성장 중인 가운데 신약 개발 사업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내부 문제가 지속되는 점을 걱정하는 분위기"라며 "비만약만 봐도 당장 국내에서 '위고비'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약품이) 한국형 비만 약재로 시장을 선도하려면 최대한 빨리 내부 갈등을 봉합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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