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노믹스 2탄’ 개막...더 강력한 무역전쟁 온다

류정 기자 2024. 11. 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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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7대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지난 13일(현지시각) 경합주인 애리조나주 프레스콧 밸리에서 유세하는 모습. /AP연합뉴스

47대 미국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 되면서,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트럼프노믹스 2탄’이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집권 당시, 중국에 막대한 관세 폭탄을 부과하면서 무역전쟁을 본격화했고 지난 선거 유세 과정에서 더 강력한 관세 전쟁을 예고한 바 있다. 특히 중국 뿐 아니라, 동맹국을 상대로도 무역협정 재협상을 요구하며 무역 수지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 도입한 IRA(인플레감축법)와 칩스법(반도체과학법)이 현지 생산하는 기업에 제공하는 보조금을 축소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해왔기 때문에, 이 법을 근거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삼성전자·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은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 유세 기간 중, ‘관세 만능주의자’로 보여질 만큼 관세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해왔다.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관세로 인해 제조업이 미국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먼저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60% 관세를 매기고, 다른 수입품에는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가 선거 유세용으로 한 발언을 모두 실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 같은 발언 중 일부만 실현돼도 우리 수출과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가 만약 10%의 보편관세를 실행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152억~304억달러 감소하고, 다른 국가들의 미국 수출 감소로 한국산 중간재 수요가 감소하면서 총 수출액이 최대 448억달러(62조원)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또 실질 GDP가 0.67~0.24%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트럼프 정권의 무역정책 설계자이자 재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의 발언도 보편 관세 우려를 높이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최근 월가 펀드매니저들에게 “트럼프가 취임 직후 60%의 중국 관세와 10%의 전면 관세를 발표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CNBC가 최근 보도했다.

◇IRA, 칩스법 보조금 축소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기간 내내 바이든 정부가 도입한 IRA와 친환경 정책, 반도체 보조금 등을 비판해왔다. “전기차는 훌륭하지만, 자동차 100%를 전기차로 만들 수는 없다”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짧고 비싸고 무겁다” “그들(바이든 행정부)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엄청난 양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 “바이든의 기후 정책은 ‘그린 뉴 스캠(사기)’” 등의 발언이다.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는 반도체 업체에 보조금을 주는 칩스법에 대해서도 “보조금을 10센트도 줄 필요가 없다. 관세를 높게 매기면 해외 기업들이 알아서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법 개정을 추진하기 전이라도, 대통령 행정명령 등을 통해 보조금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활성화 정책을 감안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한화솔루션 등 완성차와 배터리, 태양광 업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올초 미국에 66조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9조원의 보조금을 미 정부로부터 받는 내용으로 바이든 정부와 협상을 마친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기업에 더 많은 보조금을 주고 싶어하는 트럼프가 보조금 축소를 위한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對한국 무역 적자 개선 시도할듯

트럼프 대통령 1기 당시, 사문화된 ‘무역확장법 232조’를 들고 나와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2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슈퍼 301조’를 통해, 불공정한 무역 상대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중국산 제품에 최대 25%의 관세 폭탄을 부과하는 등 무역 전쟁을 이어갔다.

동맹국들에도 양보하지 않았다. 트럼프 집권 기간 동안, 한미 FTA 재협상,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도 재협상이 이뤄졌다. 이때 미국은 2021년 종료 예정이던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보호 관세(25%)를 2040년까지 연장했다. NAFTA는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로 변경됐다.

최근 한국은 대미 수출과 대미 무역 흑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대미 수출은 1157억달러, 대미 무역 흑자는 444억 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이에 따라 미국이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폭이 증가한 품목을 중심으로 FTA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통상 압박을 할 수 있다. 최근 3년 미국의 대한국 무역 적자는 연평균 27.5% 증가했다. 2019년 이후 승용차, 컴퓨터 부분품 및 저장매체, 냉장고 등의 제품에서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만,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중국, 멕시코·캐나다, 유럽연합, 일본, 베트남 등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수준이라, 우리 정부가 이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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