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분쟁 터졌다…"이 모델 팔지마" 귀뚜라미 날벼락

지영호 기자 2024. 11. 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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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에코 콘덴싱 'L11' 내부(왼쪽)와 외부 이미지/사진=귀뚜라미 홈페이지

국내 보일러 양강인 귀뚜라미보일러가 경동나비엔과의 특허분쟁 여파로 주력 모델 중 하나인 에코 콘덴싱 제품의 생산 판매를 중단했다. 양사간 분쟁에서 판매금지 같은 실질적 조치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귀뚜라미는 신제품 출시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특허무효소송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법원 "귀뚜라미 판매 금지"...본격화된 소송전
5일 보일러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귀뚜라미에 거꾸로 에코 콘덴싱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결정서를 송부했다. 경동나비엔이 귀뚜라미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12월19일 콘덴싱보일러의 핵심인 열교환기를 무단 도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자사 직원들이 귀뚜라미로 이직하자 영업비밀이 유출될 수 있다며 2022년 직원 8명을 경찰에 고소한 데 이은 조치다.

귀뚜라미도 물러서지 않았다. 경동나비엔의 특허가 출원 이전부터 범용적으로 쓰이고 있는 기술이라며 지난 2월 특허심판원에 특허무효 심판을 제기했다. 특허심판원은 지난 9월 경동나비엔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특허 4건에 대해 2건은 무효, 1건은 부분 무효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경동나비엔이 보유한 특허 일부를 무효화 했지만 남은 1건(1번 특허)이 발목을 잡았다. 법원은 특허심판원이 1건의 특허를 인정한 것을 근거로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귀뚜라미는 특허심판원이 인정한 1번 특허에 대해 심결취소소송을 청구한 상태다.
보일러 맞수 경동·귀뚜라미, 장외대결 역사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가 갈등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귀뚜라미가 경동나비엔의 광고 중 '국가대표 보일러' 광고 내용을 문제삼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0년대 이후 보일러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빅5를 형성하던 시장은 점차 양강구도로 재편된 것이 배경이다. 당시 공정위는 양사의 10년치 매출, 생산량, 판매량 등을 제출받아 경동나비엔의 광고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지만 이후에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서 끊임없이 맞붙었다.

귀뚜라미는 이듬해 의외의 장소에서 설욕에 성공했다. 2013년 경동나비엔과 맞대결을 펼친 한국공항공사의 김포공항 대중골프장 조성사업에서 승리해서다. 당시 귀뚜라미는 롯데건설과 컨소시엄을, 경동은 대보건설과 손을 잡고 입찰 경쟁을 벌였다. 입찰에서 패한 경동·대보 컨소시엄은 "입찰 과정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결과에 반발했지만 소송까지 가진 않았다.

한방 맞은 귀뚜라미, 신제품 출시로 충격 최소화
법원이 경동나비엔의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수용하면서 귀뚜라미는 지난 4일부터 에코 콘덴싱 'L11', 'S11', 'E11' 3종에 대한 생산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해 기준 귀뚜라미 콘덴싱 보일러 매출의 약 20%를 차지했던 품목이다. 다만 생산제품 중 대리점으로 넘긴 제품은 계속 판매가 가능하다.

귀뚜라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온수를 저장하는 '저탕식' 보일러를 생산하는 회사지만 대중적인 '순간식' 보일러도 병행해 판매하고 있다. 귀뚜라미의 핵심 라인업은 저탕식 2개 품목(거꾸로 뉴 콘덴싱 P10, L10)과 순간식 2개 품목(거꾸로 에코 콘덴싱, L11)이다. L11 제품과 함께 판매금지가 된 'S11', 'E11' 제품은 L11에서 온도조절기만 다르다.

귀뚜라미는 저탕식 뿐 아니라 다른 순간식 주력 품목에 마케팅을 집중시켜 L11 제품의 생산 판매 중단의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L11을 대체할 신제품을 연내 출시해 겨울 성수기에 대응할 예정이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2022년 아산 공장 화재에도 실적을 방어했던 경험이 있어 L11 판매중단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본안적 성격이 강한 특허심판원 2심을 통해 나머지 특허도 무효하다는 것을 증명해내겠다"고 말했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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