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유상증자 정정신고 요구받아···증권신고서 효력정지”

이진주 기자 2024. 11. 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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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0월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추진하는 유상증자(주식을 신규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에 차질이 생겼다.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신고를 요구하면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6일 공시를 통해 고려아연이 지난달 30일 제출한 증권신고서가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 등에 해당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유상증자 추진 경위 및 의사결정 과정, 주관사의 기업실사 경과, 청약 한도 제한 배경, 공개매수신고서와의 차이점 등에 대한 기재가 미흡한 부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을 위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정정 요구를 통해 보완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이 제출한 일반공모 유상증자 신고는 사실상 효력이 정지됐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계획을 다시 추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3개월 안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유상증자는 철회된 것으로 간주된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자사 보통주 373만2650주에 대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1주당 모집 가액은 67만원으로 총 모집액은 약 2조5009억원에 달한다. 고려아연은 모집금액 중 2조3000억원을 차입금 상환 목적에 쓴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지분율 우위를 점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가 끝나기 전에 유상증자를 계획했고 이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기습적인 유상증자 발표에 대해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 주관사이자 유상증자 대표 모집주선회사인 미래에셋증권과 공동 모집주선회사인 KB증권에 대해 유상증자 관련 불공정거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고려아연은 금감원에 관련 사안에 대해 충분히 소명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금감원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며 “시장과 당국의 우려와 오해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한화 지분 매각과 자회사 대여금 조기 상환을 통해 542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한화에너지는 이날 고려아연이 보유한 ㈜한화 지분 7.25%(543만6380주)를 주당 2만7950원에 인수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약 1520억원 규모다. 양사는 이번 지분 거래가 상호 협의에 따른 것으로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에 따른 재무 부담을 경감할 수 있고, 한화에너지는 지배구조 개선을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또 이날 호주 자회사인 아크에너지 맥킨타이어에 대여한 자금 약 3900억원의 조기 상환이 이달 중 이뤄진다고 밝혔다.

일련의 조치는 영풍·MBK 측과의 지분 매수 경쟁 과정에서 발생한 차입금을 갚고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현금 확보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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