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내정했나?...안양 호계동 재개발 '단 하루' 번개입찰 공고 논란

조합측 특정업체 내정 의혹 일축 "자본력 있는 건실한 업체 선택하기 위한 전략적 입찰 일정이었다"

안양 호계온천주변지구 재개발정비사업조합 공고./사진=권현수기자

분양가가 평당 4000만원이 넘을 전망인 경기 안양시 호계동 재개발 사업에서 입찰공고를 두고 잡음이 나고 있다.

6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안양 호계온천주변지구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 최근 '임대주택 포괄양수자 선정' 공개 입찰과정에서 낸 공고가 특정업체를 선택하려는 의도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공고는 지난 10월22일 게재됐지만, 하루 뒤인 23일 오전 10시까지 입찰보증금 15억원(계약금 10%)을 조합이 지정한 통장에 입금해야 하는 조건을 걸었다. 특히 공고를 낸 언론 매체는 석간(저녁때 발행하는 신문)이어서 사전에 입찰정보를 알지 못한다면 사실상 참여가 어렵다.

공고에 들어 있는 입찰 대상은 안양시 호계동 915번지 일원에 위치한 임대주택으로 전용면적 39.5844㎡, 공급면적 60.7136㎡ 규모 39A타입 72세대다. 입찰 기준금액은 150억원에 이른다.

입찰 참가 자격은 공고일 기준 법인 설립 5년 이상 업체로 공고일 이전 30일 이상 계속해 15억원 이상의 잔고를 보유해야 한다고 돼 있다.

결국 입찰공고에 3개 업체가 지원해 최종 한 곳의 업체가 선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9월 같은 재개발 사업에 대한 포괄양수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으나 단 1곳의 업체만 기간 내에 지원, 단독입찰이 돼 이번 재공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에 탈락한 한 지원업체는 "공고를 내고 입찰까지 일정이 하루(24시간)가 채 안 된다. 사실상 사전정보를 알고 있는 업체만 지원할 수 있는 밀어주기식 입찰 의혹이 있다"면서 "심지어 공고도 석간에 내고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입찰보증금 15억원을 입금하라는 조건은 매우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입찰공고를 두고 안양시도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안양시에는 15개 재개발 사업이 추진 중이며, 14곳이 재개발 조합을 설립했다. 그러나 시 관계자 역시 이런 단기간 입찰공고는 처음 봤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조합과 용역사가 이번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루도 채 안 되는 입찰일정을 두고 지원업체와 조합 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면서 "조합이 선택한 용역업체가 제안한 방식의 입찰공고였으며, 공고부터 입찰 일정까지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시에서 조합 재개발 사업과 입찰방식에 대해 관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고에 대해 조합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며 자본력이 있는 건실한 업체가 사업권을 받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는 입장이다.

A 조합장은 "공고시기와 입찰일정에 대해서는 변호사·용역사와 협의를 통해 결정했다. 이 입찰방식은 자본력이 있는 건실한 업체가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면서 "최근 건설경기가 어렵다. 자본력이 없으면서 입찰보증금만 겨우 만들어 사업권을 따고도 중도금을 못 내 사업을 망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전략적으로 선택한 입찰 일정이었다"고 밝혔다.

특정업체 내정 의혹에 대해서도 조합은 이번 입찰에 3개 기업이 참여했고, 이 중 1개 업체가 최종선정됐다면서 의혹을 일축했다.

경기=권현수 기자 khs@mt.co.kr 이민호 기자 leegija@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