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디에 시총 400억 증발 '민희진·뉴진스 테마 경계령'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어도어 민희진 전 대표가 투자·이적설에 선을 그으면서 코스닥 기업 A사의 시가총액이 400억 원 가량 증발했다. 소문만 믿고 덥석 투자한 개미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민 전 대표는 지난 5일 공식입장을 통해 "새로운 투자자를 만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최근 가요계를 비롯한 IB(투자은행) 업계에서는 민 전 대표가 새 투자자를 물색, 직접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체가 없는 소문이 확산되자 민 전 대표가 나선 것이다.
민 전 대표가 "어떤 투자자도 만난 적이 없다"고 직접 소문을 일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거나 ▶하이브와의 시비를 우려하여 헛소문을 원천봉쇄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민 전 대표의 의도와 달리 관련 기업의 주가는 폭락했다. 이날 코스닥 상장사 A기업의 주가는 30% 가까이 폭락했다. 이 회사는 다음 날인 6일 장이 열리는 동시에 또 10% 가까이 폭락했다. 민 전 대표의 단 한 마디에 하루도 지나지 않아 시가총액이 약 400억 원 증발했다.
A사는 어떤 곳일까. A사와 민 전대표의 관계성은 공개적으로 특정된 바가 없다. 하지만 투자 업계는 입소문에 무섭게 반응했다. 아직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법적 갈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A사는 지난 9월 말부터 일부 투자들 사이에서 '민희진 테마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민 전 대표가 A사에서 새출발을 한다는 소위 '지라시'가 돈 것이다. 실제로 A사는 지라시가 확산된 시기인 9~10월께 주가가 2배 가까이 올랐다.
지라시 특수를 누리던 A사의 상승 곡선은 지난 5일 민 전 대표가 "투자자와 만난 적 없다"고 입장을 밝히는 동시에 곤두박질쳤다. 출처가 불분명한 지라시, 입소문에 의존하는 투자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갈등이 양측의 의도와 달리 투자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상장사 B사의 주가도 크게 하락했다. 지난 1년 간 주당 1만 원 중반대에서 거래되던 B사는 A사와 비슷한 시기 소위 '민희진 테마주'로 입소문이 나면서 연일 급등, 주당 3만 원까지 치솟았다. 실제로 B사의 종목토론방에는 민 전 대표가 합류하는 것이 맞냐는 문의글이 직접 게재되기도 했다.
시장이 급작스럽게 '민희진 테마주'가 주목한 까닭은 무엇일까. IB업계에서는 민 전 대표의 투자, 이적설이 제기된 배경을 두 가지 관점으로 분석하고 있다.
▶민 전 대표가 독립 레이블을 보장해 줄 투자 기업을 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하는 관점이다. 민 전 대표는 줄곧 하이브에 '독립성 보장'을 요구해 왔다.
또 다른 하나는 ▶뉴진스를 이적시키기 위한 자금을 투자해 줄 투자자를 찾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관점이다.
현 기준, 뉴진스의 잔여 전속계약 기간은 5년여 다. 민 어도어 IP(지적재산권)인 뉴진스를 민 전 대표가 이적시킬 수 있는 방법은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어도어가 아닌 새로운 회사로 이적하기 방법은 전속계약해지 소송과 위자료 지급밖에 없다.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뉴진스는 거액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직접 감당하기 힘든 액수이기 때문에 업계는 이들에게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가 바라보는 두 가지 시나리오 중 어느 것 하나 실체가 드러난 바 없다.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그러한 계획을 갖고 있다는 증거도 없다. 그저 소문, 루머일 뿐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민희진 테마주'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첨예하게 대립 중인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화해는 불가능 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는 이견으로 갖가지 송사를 벌이고 있다. 따라서 민 전 대표가 어도어에 잔류할 가능성보다 새로운 회사를 찾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특히 지난 10월 민 전 대표의 대표직 복귀 가처분 신청이 각하되면서 이 발 없는 말, 근거 없는 소문은 천리까지 퍼졌다.
시가총액 400억 증발이라는 아찔한 상황은 결국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갈등에서 기인했다. 양측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애꿎은 투자 피해자가 양산된 상황이다. 민 전 대표가 직접 '민희진 테마주'에 대한 경계령을 내린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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