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미디어 트렌드 키워드, 옴니보어·그라데이션K·공진화 전략

유건식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 초빙교수 2024. 11. 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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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미디어 이슈]

[미디어오늘 유건식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 초빙교수]

▲ 2025년 을사년(乙巳年). 사진=gettyimagesbank

매년 이맘때가 되면 트렌드 서적이 쏟아져 나온다. 관심을 갖고 주로 보는 책은 트렌트 코리아, 라이프 트렌드, 디지털 미디어 인사이트, 트렌드 노트, 트렌드 모니터 등이다. 필자도 OTT 분야 트렌드를 기획하여 3번째 출간하는 <OTT 트렌드 2025>도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이외에도 요즘 소비 트렌드, 머니 트렌드, IT 트렌드,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등등 정말 많다.

2025년을 준비하면서 미디어 시장에서 주목할 트렌드 도서를 살펴보았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는 2025년 경제를 큰 희망도 절망도 없는 정체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는 푸른 뱀의 해를 맞이하여 뱀처럼 섬세한 감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영문 키워드를 'SNAKE SENSE'로 정했다. 이 중에서 '옴니보어', '그라데이션K', '공진화 전략' 등 세 가지가 눈에 띈다.

첫째, 가장 주된 트렌드를 뜻하는 '벼리' 트렌드인 '옴니보어'다. 옴니보어(Ommivore)란 잡식성을 의미하지만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는 파생적인 뜻도 갖고 있다. 이 책에서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신만의 소비 스타일을 가진 소비자”로 칭하고 유효시장의 핵심을 공략하는 마이크로 세그먼트를 찾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실제로 요즘 미디어 시장은 갈수록 파편화하는 시청자 또는 이용자를 사로잡기 어렵다. 그래서 천만 영화가 나오기 어렵고,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가 나오기 어려운 이유다. OTT 시장이 성장할수록 개별 이용자의 취향을 공략할 수 있는 추천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해야 한다.

둘째, '그라데이션K'다. K-팝, K-푸드, K-드라마 열풍 속에서 한국은 세계화와 로컬화가 빠르게 섞이면서 K는 0과 1 사이에서 그라데이션이 진행중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문화 그라데이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몽탄(몽골+동탄) 신도시, 베트남 박닌 신도시, KFC의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 출시, <굿닥터>와 <복면가왕>의 미국 리메이크, 한국 남자가 출연한 일본 드라마 <아이 러브 유>, 한국과 태국 합작 BL드라마 <사랑은 고양이처럼> 등 K는 점차 글로벌에서 그라데이션되고 있다.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APT.'는 2주만에 조회수가 2억 5000만에 달했다. 국내의 시장 규모로는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으므로 K-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을 그라데이션하게 지속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12월이 되면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되므로 그라이데이션은 더욱 '1'로 변할 것이다.

▲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협업곡 'APT.'

셋째, '공진화 전략'이다. 공진화란 생태계 안에서 여러 개의 종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함께 진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개념이 상호연결성이 높아진 오늘날 동종이나 타 업종에서 긴밀한 연계를 통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공진화는 1단계 폐쇄적 자족시스템, 2단계 제한된 파트너십, 3단계 개방적 협력망, 4단계 공진화 생태계로 발전해 간다. 글로벌 미디어 시장도 OTT를 출시하면서 이러한 단계를 거치고 있다.

IP(저작권)를 소유하고 있는 미디어 기업들이 독자적 서비스를 출시하였으나, 이제는 점차 번들이나 라이센싱을 통해 협력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최근 출간한 <넥서스: 석기시대부터 AI까지, 정보 네트워크로 보는 인류 역사>에서 “우리 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우리가 지혜로워서가 아니라 대규모로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다”고 했듯이 점차 어려워지는 여건 속에서 미디어 기업들의 '협력'이 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 인사이트 2025>는 부제를 “AI 에이전트가 온다”로 정했다. 미디어 시장에서 올해도 그랬지만, 내년에도 가장 핫한 키워드가 'AI(인공지능)'일 것이다. 점차 발달하는 기술 덕분이다. 지난 9월에 공개한 오픈AI의 인공지능(AI) 모델 'o1'은 추론 능력이 뛰어나다고 인정받고 있다. 책에서는 AI 시대의 콘텐츠 생산 혁명과 유통 질서 변화를 소개하고 있다.

필자도 최근 출간된 <OTT 서비스와 AI>(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OTT에서 활용될 AI로 개인화된 추천, 동적 콘텐츠 큐레이션, 비디오 스트리밍 최적화, 자동화된 콘텐츠 태깅, AI 기반 타깃 광고, 콘텐츠 생성 지원, 시청자 참여 예측, 음성 및 이미지 인식, 콘텐츠 수익화 전략, 라이선싱할 콘텐츠 예측 등 10가지를 소개하였다. 미디어 기업에서는 2025년에 콘텐츠 기획, 제작, 유통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 인공지능, AI. 사진=gettyimagesbank

트렌드 책들이 공통적으로 공감하는 2025년은 어떻게 보면 '각자도생'이다. <라이프 트렌드 2025>에서는 주제를 '조용한 사람들'로 정하고 요란하고 복잡하고 갈등 많은 경쟁 사회에 지친 사람들은 이제 소음과 과잉 연결, 타인과의 관계와 교류에서 벗어나 홀로 활동하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기를 더 강하게 욕망할 것으로 정리했다.

<2025 트렌드 노트>에서도 여가에 주목하여 개인들이 일상이 여가화하고, 퇴근 후 여가를 레벨업할 것이며, 도전·성장·삶의 질·효율·낭만이라는 가치관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2025 트렌드 모니터>에서는 인간관계가 축소되어 외로움이 만성화되어 일·시간·소비·관계가 더 쪼개지는 미분사회라고 진단한다. 팬덤이 기본이 되는 '팬본주의'이지만 이러한 사회에서는 각자의 세상에서 각자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양한 트렌트 책들이 나오는 만큼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2025년 미디어 시장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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