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금투세 투자자 수용성 떨어지면 주식가격·세수에 악영향 줄 수 있어"
민간주도형 경제활성화 위해선 '규제·조세·공정거래' 삼박자 필요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 주식시장은 외국 선진 금융시장에 비해 작고, 남북 대치 등 투자 리스크가 높아 미국과 일본처럼 동일한 선상에서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할 수 없습니다"
홍기용(사진)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4일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정치권에서 나온 금투세 폐지에 대해 "금투세가 좋은 세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투자자 및 시장 상황에 수용성이 떨어지면 주식시장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교수는 국내 세무회계 및 조세행정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그가 대학 교직을 시작했을 무렵, 학계에는 '기업 세금'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다. 기업 세금은 시장경제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기업의 지속 경영, 국가 경쟁력을 통한 민생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경제에서는 큰 역할을 하지만 기업 세금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 홍 교수를 세무 회계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홍 교수는 기업 세금이라는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시작으로, '세법원론', '지방세법' 등을 출판했다. 이후 세금과 관련한 연구와 강의를 이어가면서, 한국세무학회장, 한국납세자연합회장, 한국감사인연합회장 등 전방으로 활동하면서 국내 손꼽히는 세무회계 전문가로 불리게 됐다.
올해 경제학계에 큰 키워드 중 하나는 '세수 결손'이다. 지난 9월 기획재정부는 국세수입 재추계를 통해 올해 국세수입이 337조7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예산에서 잡았던 국세 수입액 367조3000억원 대비 29조6000억원이 적다. 특히 법인세가 14조5000억으로 크게 세수 결손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한 것에 대해 홍 교수는 "정부의 감세 정책이 아닌 기업 실적 악화로 발생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지난해 기업 실적이 매우 좋지 않아 2024년 법인세의 세수결손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며 "법인세 비중이 매우 높은 상장기업의 2022년 영업이익이 84조원이었는데, 2023년에 46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4.2%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업실적의 악화가 감세정책보다 법인세의 세수결손이 더 영향을 줬다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2022년 말에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25%에서 24%로 낮췄고, 이후에도 일부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는 감세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며 "2022년의 법인세율 인하는 2023년 발생 소득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2024년 법인세의 세수부터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대규모 세수 결손은 감세 정책이 아닌 기업 실적 악화로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지방소득세 포함)은 26.4%다. 2017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1위다. 이후 한국은 세법 개정으로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을 24.2%에서 27.5%(지방세 포함)로 올리면서,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법인세율 10위로 올라서게 됐다.
홍 교수는 "기업경쟁력의 강화를 위해선 기업의 세금부담을 글로벌 평균보다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기업이 한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낮은 법인세 수준이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법인세는 조세의 글로벌 경쟁을 위한 대표적인 세금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높게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부연했다.
현 정부가 민간주도형 경제활성화 정책이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규제', '조세', '공정거래'의 삼박자가 조화로운 정책이 필요하다고 홍 교수는 강조했다. 규제와 조세를 완화하고, 공정거래로 기업이 경쟁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한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기업 중심의 민간 주도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선 법인세의 낮은 수준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올해 세수결손 중에 법인세가 14조5000억원으로 비중이 높게 나왔는데, 법인세의 세수결손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수오차는 예측치에 대한 실제 차이를 의미한다. 감세정책이나 기업실적은 세수 오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감세정책은 세수 예측단계에서 반영할 수 있지만, 유동적인 경기 상황으로 기업 실적 예측은 반영하기 어렵다.
그는 "기업 살리기를 통한 민간주도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규제, 조세, 공정거래를 글로벌 상황보다 유리하게 끌고 가야 한다"며 "한국은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산업을 중심으로 한 조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대기업은 국가전략기술산업에 주를 이루고 있는 만큼, 조세특례에 대해 중소기업과 차등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에 들어가며 샅바싸움을 예고했다. 홍 교수는 다가올 예산안 심사 정국에 대해 '지방선거'를 변수로 꼽았다. 그는 "지방선거전략상 내년도의 지방 예산을 끌어오는 사업에 착수하는 등 실적을 남기기 위해 사회적간접자본(SOC)예산에 대한 국회 증액 요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가 SOC 투자도 중요하지만, 국가경쟁력 강화, 기업 살리기를 통한 민간경제 활성화 등 여타 분야와 대응하는 예산 편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강승구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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