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감독 "1년 같은 한 달 보내…내년에는 빠르고 강한 야구"
(이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승엽(48) 두산 베어스 감독은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이 끝나고 마무리 캠프를 시작하기까지 약 한 달 동안 불면의 밤을 보냈다.
이 감독은 "1년 같은 한 달"이라고 돌아보기도 했다.
무척 괴로웠지만, 고통의 터널을 지나니 희망이 보였다.
프로야구 두산이 마무리 캠프를 치르고 있는 6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우리의 시즌이 끝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1년 같은 한 달이었다"고 토로하며 "많은 고민을 하고, 해답을 찾으려 했다. 그리고 이달 1일부터 젊은 선수들과 마무리 캠프를 하면서 희망이 생겼다. 두산이 왕조를 건설했던 때처럼 '허슬두'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새로운 출사표를 올렸다.
2023년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가을 무대 초입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작년에는 정규시즌을 5위로 마쳤고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NC 다이노스에 패해 퇴장했다.
올해는 정규시즌 4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 무대에 올라 1승을 안고 시작했으나 kt wiz에 1, 2차전을 모두 패해 쓸쓸한 '단풍 엔딩'을 맞았다.
2024년 두산 외국인 투수들은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선발승 13개를 합작했다.
여기에 전 두산 내야수 오재원의 협박을 견디지 못하고, 수면제를 대리 처방받아 건넨 선수 8명이 5월 1일 이후에 1, 2군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선수단 운영에도 차질을 빚었다.
올해 두산은 여러 악재에도 가을 무대를 밟았지만, 2015∼2021년까지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모습을 기억한 두산 팬들에게는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일부 팬들은 실망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핑계 대지 않았다. 자신을 향한 질책도 묵묵히 받아들였다.
그는 "변명할 여지 없이 우리는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치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과하지 못한 팀이다. 팬들께 죄송하다"라고 고개 숙였다.
팬들이 바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 감독은 "두산에서 2년 동안 일하면서 우리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며 "지금도 더 강한 팀을 만들고자 노력 중이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민혁, 김인태, 장승현, 박계범 등 대리 처방 문제로 지난 시즌 거의 활용하지 못한, 1.5군급 선수를 내년에는 기용할 수 있다는 점도 두산의 걱정을 줄인다.
여기에 이승엽 감독은 '새 얼굴의 등장과 치열한 내부 경쟁'도 약속했다.
이 감독은 "마무리 캠프에 합류한 젊은 선수들을 보며 '1군 무대에 생기를 불어넣을 선수들이 여기에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며 "두산이 왕조를 구축했을 때 정수빈, 허경민, 민병헌, 박건우 등이 생기 넘치는 야구를 했다. 여동건, 오명진, 전다민, 박지훈, 박준영 등 젊은 야수들이 그 역할을 했으면 한다. 내년에는 빠른 '허슬두'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마무리 캠프에 참여한 젊은 선수들에게 '기존 베테랑을 넘어서라'고 주문했다. 기존 선수들도 자신과 팀을 위해 시즌을 잘 준비하면 우리는 분명히 더 강한 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엽 감독은 투수 쪽에서는 박지호와 윤태호를 '내년 1군에서 볼 새 얼굴'로 지목하기도 했다.
올해 두산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외국인 투수 문제는 프런트와 현장이 함께 해결해야 한다.
외국인 타자는 재러드 영과의 재계약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른 자원도 살피고 있다.
이 감독은 "외국인 투수가 건강해야 우리 불펜의 과부하를 막을 수 있다. 풀 타임 선발로 뛸 외국인 투수를 찾고 있다"며 "재러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2025시즌 구상을 하며 이승엽 감독의 표정은 조금씩 밝아졌다.
그는 팬들과 함께 웃는 2025년을 기대한다.
이 감독은 "내년에 우리 베어스는 '완전체'로, 과거의 강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두산의 모습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라며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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