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감사의 핵심은 홍명보가 아니었다
문체부 감사의 핵심 '천안 축구센터 건립 보조금 유용'
최대 300억 원 넘는 과징금 전망…정 회장 4선 연임 도전의 변수
석 달 넘게 진행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축구협회 특정 감사는 정몽규 회장의 자격 정지 이상 중징계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축구협회를 둘러싼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문체부 감사가 궁극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정 회장의 거취 문제는 여전히 안갯속 형국이기 때문이다.
■ 홍명보 감독 선임 문제 "절차적 하자 치유할 방안 마련"
문체부는 정 회장에게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내렸는데, 주된 이유는 클린스만과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발생한 책임이다. 그러나 문체부의 감사 지적이 실질적 중징계로 이어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은 과정상의 혼선이 있었지만, '불공정' '특혜'로 규정짓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너무 많아서다.
문체부가 파고든 핵심적 부분은 이임생 기술이사가 권한 밖의 추천권을 행사했고 이사회 의결 절차를 무시했다는 건데, 이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의 특성을 도외시한 조사 결과라는 비판이 축구계 안팎에서 나왔다. 감사 결과도 홍 감독 선임의 원점 재검토가 아닌, 선임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치유'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통보한 게 전부였다. 따라서 정 회장의 징계를 논의할 축구협회 스포츠 공정위원회가 문체부의 요구를 받아들일지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감사의 핵심은 천안축구센터 '보조금 유용'
그렇다고 문체부의 감사가 '맹탕'은 아니었다. 축구협회의 아픈 곳을 제대로 찌른 부분이 있었으니, 천안 축구 종합센터의 정부 보조금 유용 문제였다. 축구협회는 2021년 7월 천안 센터 스타디움 건립에 정부 보조금(약 56억 원)을 신청했는데, 사무 공간이 없는 곳으로 신청한 초안과 달리, 문체부와 협의 없이 사무 공간 건물을 따로 짓는 것으로 추후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는 축구협회가 국고 보조금을 사실과 다르게 거짓으로 신청했다고 규정하고 보조금을 환수하는 것은 물론, 보조금법에 따라 최대 5배의 과징금을 물릴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축구협회는 최대 300억 원에 이르는 돈을 부담해야 하는 처지가 되는데, 천안 축구센터 건립을 위해 하나은행과 615억 원 한도의 대출 계약을 약정하는 등 이미 막대한 채무를 지고 있는 축구협회의 재정 상황에서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정 회장이 남은 임기는 물론, 4선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큰 재정적 부담을 안은 채 축구협회를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국고 보조금 관련 어느 정도 과징금이 책정되는지 정확히 결정된 것은 없다. 원금 56억 원 전체를 환수할지 여부부터 심의해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과징금의 정확한 규모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겼다. 다만 정몽규 회장이 정부의 징계 조치에도 불구하고, 4선 도전을 강행한다면 이른바 '괘씸죄'를 적용해 액수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축구협회에 대한 '재정 압박' 카드, 과연 통할 수 있을까?
결국 문체부는 배드민턴협회와 마찬가지로 재정 압박이란 합법적이면서도 강력한 수단을 통해 축구협회 지배구조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체부는 배드민턴협회 스포츠 공정위원회가 김택규 회장의 해임을 의결하지 않을 경우, 정부 보조금을 배드민턴협회에 주지 않는 내부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협회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재정 압박은 현실적으로 문체부가 체육 단체를 통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체육 단체장의 거취를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종목 단체 회장의 해임은 대의원총회를 열어 탄핵하거나, 아니면 그 종목 내부에 있는 스포츠 공정위원회란 징계 기구의 의결을 통해서 가능한데, 오랜 기간 조직 지배력을 행사해 온 체육 단체장을 이런 방식으로 교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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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 (kikiholi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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